호주 시드니시 당국이 도심에 둥지를 튼 2만여 마리의 큰박쥐(플라잉폭스)떼 몰아내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시드니시는 연방법원이 지난 17일 시내 보태닉가든(식물원)에 서식하면서 아름드리 고목을 고사시키는 등 피해를 주고 있는 큰박쥐의 강제이동을 허가함에 따라 박쥐떼를 다른 곳으로 몰아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언론들이 19일 전했다.
당국은 당장 오는 5월부터 차량 등을 이용,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큰박쥐들이 잠에 빠져 있는 사이 10분 간격으로 소음을 일으켜 이들을 깨워 다른 곳으로 몰아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드니시는 특히 쇠막대기 등을 두드리면서 소음을 일으킨다는 방침도 세웠다.
당국은 소음에 잠에서 깬 큰박쥐들이 시 북쪽으로 날아가 카브라마타와 쿠링가이, 패러마타 등지의 숲으로 옮겨가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큰박쥐들이 당국이 원하는 곳으로 순조롭게 날아가 둥지를 틀지는 미지수다.
당장 보태닉가든과 인접한 하이드파크 등지로 날아가 자리를 잡으면 시민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또 소음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시민이나 관광객들로부터 원성을 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쥐보호단체 배트애드보커시는 지난해 피터 개러트 당시 연방정부 환경부장관이 보태닉가든의 박쥐떼를 몰아낼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대해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시당국이 어떻게 큰박쥐떼를 도심에서 몰아낼지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앞서 보태닉가든 관리사무소인 '보태닉가든트러스트'는 지난해 큰박쥐들이 정성스럽게 가꿔온 거목에 달라붙어 고사시키는 등 피해를 주자 연방정부에 강제 이동을 요청하고 나서 허가를 받아냈다.
관리사무소는 그동안 소방호스를 이용해 큰박쥐 떼를 향해 물을 뿌리기도 했으며 강한 불빛을 비추기도 했다.
또 거목 곳곳에 큼지막한 인형을 달아둬 큰박쥐 떼에 위협을 가하기도 했으며 천적인 비단구렁이 배설물을 거목에 발라두기까지 했다.
숱한 노력에도 큰박쥐 떼는 점차 개체 수를 늘려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배트애드보커시는 큰박쥐들이 환경을 훼손한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계속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알 길 없는 큰박쥐들이 소음에 못 이겨 다른 곳으로 이동할지 시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드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