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에서 반 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18일 바레인 남부 도시 시트라의 이슬람사원에서 열렸다.
이날 장례식은 앞서 17일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해산하는 과정에서 4명이 숨지고 231명이 다친 이후 열린 것이다. 바레인에서는 지난 14일 이후 모두 7명이 반 정부 시위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22살 아들을 잃은 메키 아부 타키(53)는 이날 장례식에서 "아들이 시위 참여를 위해 집을 나서면서 `걱정 마세요. 전 자유를 원할 뿐이예요'라고 말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이 정부는 실패한 정부이며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 사망자 중 3명에 대한 장례가 치러진 이날 장례식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은 반 정부 구호를 외쳤고 일부는 "하마드 국왕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도 외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장례식장이 열린 사원 위로는 경찰 헬기가 비행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봤지만 경찰 병력은 참석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장례식장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배치됐다.
바레인의 시아파 성직자인 셰이크 이사 카셈은 이날 북서부 지역에서 열린 금요기도회를 통해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공격은 학살이나 다름없다"며 "정부는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놓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도 마나마에서는 수백명이 참여한 가운데 친 정부 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바레인 국기와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 국왕의 사진을 흔들며 거리행진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경찰과 시위대 간 유혈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바레인 의회의 시아파 지도부는 앞서 18일을 `분노의 날'로 명명하고 금요기도회 후 대규모 반 정부 시위를 열 것이라고 밝혀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예상됐었다.
바레인 당국은 지난 17일 진주광장에서 밤샘농성을 벌이던 시위대를 강제 해산된 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거리 곳곳에는 탱크와 군용 차량들을 배치하는 등 사실상 계엄상태에 돌입했다.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는 민생 경제 악화가 시위의 도화선이 된 튀니지, 이집트와는 달리 40년 간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수니파에 대한 시아파의 소외감에서 촉발됐다.
바레인은 전체 인구 75만명(외국인 노동자 포함한 인구는 130만명)의 70%가 시아파지만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40년 가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시아파의 불만이 높다.
현재 국왕은 1999년 즉위한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이고, 그의 삼촌인 칼리파 빈 살만 알-칼리파는 40년째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1971년 바레인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바레인의 요직은 거의 항상 수니파가 장악해 왔다.
이 때문에 시아파 젊은 층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시위대는 알-칼리파 가문의 권력독점 구도를 혁파할 것과 시아파에 대한 각종 차별을 철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