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코미디 배우 겸 감독인 찰리 채플린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영국 런던 출신이 아니라 런던 북서쪽 약 160㎞에 위치한 버밍엄 근교의 집시촌에서 태어났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각) 채플린이 1889년 남부 런던에서 출생한 것이 아니라 웨스트 미들랜즈 지방의 집시 캐러번(이동식 주택)에서 태어났음을 시사하는 편지가 새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채플린의 맏아들 마이클은 그동안 채플린의 유품들 가운데 공개되지 않았던 편지 한 통을 이 신문 기자에게 처음으로 보여줬다.
이 편지는 원래 채플린의 부인 우나가 1991년 사망하면서 그들의 딸 빅토리아가 물려받은 아버지 소유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됐다.
이 책상의 한 서랍이 단단히 잠금장치가 돼 있어 열쇠공을 불러 겨우 열어젖혔는데, 그 안에서 채플린 출생의 비밀을 담고 있는 편지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 책상은 스위스 몽트뢰에 있는 지하 납골당에서 그동안 사람들의 손길이 좀처럼 닿지 않은 채플린의 다른 유품들과 함께 보관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플린의 유해가 안치된 이 납골당은 도굴을 막기 위해 왠만한 폭발에도 끄덕없는 콘크리트로 돼 있는 등 철저한 보안장치가 갖춰져 있다.
편지 발신인은 1970년대 탐워스라는 곳의 팔순 노인 잭 힐로 돼 있는데, 대충 휘갈긴 필체로 채플린에게 "당신은 버밍엄에 가까운 스메스위크의 블랙패치에서 태어났다"며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숙모인 '집시 퀸'에게 속했던 캐러번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줬다.
채플린의 출생 증명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의 어머니 한나(결혼 전 성은 힐)는 유랑 가문의 후손이었다. 채플린의 부모는 당시 뮤직홀(공연과 스낵바를 겸한 곳)에서 활동하던 연예인들이었다.
1880년대 당시 블랙패치가 버밍엄 변두리 산업지대에 있던 집시촌이었음을 감안하면 채플린이 이 지방의 집시 출신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채플린의 장남 마이클은 채플린 가문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르는 이 편지 내용에 대해 "부친에게 이 편지는 중요했던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보관했겠나"고 말하면서도 크게 당황해 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 신문은 "몽트뢰의 높은 경사면에 자리한 채플린 일가의 저택이 조만간 박물관으로 개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