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민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체제가 붕괴하고 무슬림형제단 등 재야 단체가 신당 창당을 잇따라 선언하면서 이집트의 정계 개편 작업에 시동이 걸렸다.
이집트 정계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퇴진하기 전까지 30년 동안 집권 국민민주당(NDP)이 의회 양원의 절대 다수 의석을 장악하며 국정을 좌우하는 사실상의 1당 독주 체제였다.
일부 야당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원내에서 극소수 의석만을 점유하다 보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이집트 저변에 깔린 조직망을 바탕으로 최대 야권 그룹으로 불리는 무슬림형제단은 구체제의 불법화 정책으로 정치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로 이슬람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2005년에 소속 회원들을 무소속으로 출마시켜 전체 의석의 20%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지난해 11월 총선에서는 집권 세력의 무자비한 탄압과 부정선거 속에 의석 대부분을 상실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은 15일 합법적 정당을 수립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천명하며 이집트 정치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에 들어갔다.
무슬림형제단의 에삼 알-에리안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새 정부가 종교적 정당의 창당에 대한 규제를 풀면 새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전하면서 "자유와 정의 등 보편적 가치와 중도적 이슬람 가치가 결합된 민주적, 시민 국가의 수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과 함께 이번 시민혁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청년 활동가들도 이집트에서 대규모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날에서 이름을 딴 `1월25일 당'을 창당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또 조만간 회원 5만 명의 요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뒤 오는 3월 3일까지 자신들의 강령을 공표할 계획임을 밝혔다고 현지 신문인 알-아흐람이 전했다.
2005년 대선 때 무바라크에 도전했다가 패배한 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3년 반 동안 옥고를 치렀던 인권변호사 아이만 누르의 알-가드당이나 자유주의 성향의 야당인 와프드당도 `카이로의 봄'을 맞아 세 불리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바라크의 국민민주당은 당명의 개정을 포함한 혹독한 체질 개선에 나서거나 해체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민주당은 무바라크의 퇴진 직전에 호삼 바드라위 사무총장이 직위 사퇴와 함께 탈당을 선언한 이후 새 사무총장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야권 정치인들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상원의원 바드라위는 민주화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진 지난 5일 국민민주당의 새 사무총장으로 임명됐으나 "현 단계에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 당이 필요하다"며 엿새 만에 사표를 던지고 전격 탈당해 정계 개편의 서막을 알렸다.
무바라크의 퇴임으로 과도기 최고 권력기관으로 떠오른 군 최고위원회는 지난 13일 현 헌법의 효력을 중지시키고 상원과 하원을 해산하면서 개정 헌법에 따라 대통령과 의회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6개월 동안만 국정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기존의 악법 규정을 손질하는 개헌 작업이 마무리되고 대선과 총선 일정 등이 확정되어가면서 이집트에서는 각 정파와 정당의 이합집산, 신당의 창당 등에 따른 정치적 격랑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카이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