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북한, 무바라크 퇴진에도 '이집트 사태' 침묵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북한 매체들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30년 장기 독재를 끝장낸 '이집트 사태'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외신을 전하는 창구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방송매체인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등은 튀니지 시민혁명 영향으로 지난달 17일 촉발된 이집트 사태에 대해 14일 현재까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집트 사태 보도를 철저히 통제해온 중국도 12일 무바라크의 퇴진 소식을 짧게나마 전한 것과 달리 북한 매체들은 이마저도 침묵하고 있다.

이집트 사태 발생 이후 중앙방송이 지난 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설을 맞아 각국 지도자들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전하면서 각국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무바라크를 언급한 것이 전부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초 튀니지에서 26세 청년 '모하메드'의 분신 사망으로 일어난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다만 북한의 입장을 간접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지난 7일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를 언급하면서 "'친미 국가'로 간주돼 오던 이집트에서 혁명이 일어난 것은 근로인민대중이야말로 역사의 주체이며, 반미자주화야말로 시대의 기본흐름임을 다시 힘있게 반증해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북한의 입맛에 맞게 이집트 사태를 '반미 자주화'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이는 북한과 이집트가 1963년 수교 이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다소 이율배반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에 전투기와 조종사를 지원했고, 이집트는 이후 스커드 미사일을 북한에 제공할 정도로 가까웠다. 특히 고(故) 김일성 주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무바라크는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모두 네 차례나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중앙통신이 지난 11일 '미국의 골칫거리 스마트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감옥에 있는 수감자들이 현대과학기술의 산물인 스마트폰을 이용해 마약과 무기를 감옥에 밀반입하는 등 바깥세상에서와 같이 활개치고 있다"고 전한 대목이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주화가 휴대전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해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 글은 주목됐다.

광고
광고 영역

이는 겉으로는 미국 사회의 폐해를 선전하면서도 실제로는 휴대전화와 SNS의 폐해를 은근히 강조함으로써 스마트폰 등을 통해 민주화 바람이 주민에게 스며드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내 유일한 휴대전화 사업자는 이집트 통신재벌 오라스콤이 북한 체신성과 합자한 '고려링크'로, 북한 주민 30만명 이상이 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일 이집트의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소식이 휴대전화를 통해 주민 사이에 전파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평양에서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을 만나 이 회사의 대북 투자를 치하했는데, 김 위원장의 외국 기업인 접견 소식을 좀처럼 보도하지 않던 북한 매체들은 이 소식만큼은 이례적으로 이튿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