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종자원이 우리밀 불량종자 대량 공급 파문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1974년 설립돼 우량품종을 개발해 농민들에게 보급해온 국립종자원이 불량 우리밀 종자를 대량 공급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먹는 밀의 대부분은 수입산 밀로, 우리밀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1.5%(3만 2천 톤)에 불과합니다. 최근 이상 기온 여파로 전세계 거의 모든 곡물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수산식품부는 2017년까지 우리밀 자급률을 10%로 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고, 그 일환으로 종자원에서는 우리밀 중에서도 빵을 만드는 데 많이 쓰는 조경밀 30톤을 구입 희망 농가에 한해 공급한 겁니다.

문제는 밀의 발아율이 80% 이상은 돼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30%에도 미치지 못했던 겁니다. 밀 파종 시기가 보통 10월 말쯤인데 이 사실을 빨리 알아챈 농민들은 종자원에 항의해 새 씨앗으로 보급받았습니다.  11월 초까지만 다시 파종해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종자원도 직원들을 우리밀 산지에 파견해 재파종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재파종이 늦어진 데 따라 수확량이 감소할까 농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종자원 담당자는 밀 종자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수분과 온도 조절을 잘 못했고, 이를 공급하기 직전의 샘플조사에서도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불량 조경밀 30톤이 공급되고 말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씨앗 30톤을 심으면 약 30배 정도인 900 톤에서 천 톤의 밀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농가들이 재파종을 했기 때문에 피해는 경미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경남 사천의 농협에서 보급한 금강밀 46톤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발아율은 약 30%에 불과해 역시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30%가 발아해도 그만큼 수확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밀은 트랙터와 콤바인 등 기계로 농사를 지어야만 하는데, 발아율이 80%를 밑도는 밀밭의 경우 콤바인으로 수확할 때 밀이 끌려들어오지 않아 사실상 농사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농협의 불량 밀 종자는 주로 경주 지역 농가에서 많이 심었는데 이 지역 농민들은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농협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올해 우리밀 목표 수확량은 지난해의 2배 수준인 약 6만 톤(자급률 3%)입니다. 하지만 건조한 기후와 유례없는 한파에 불량종자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해 수확량도 지난해 수준인 3만톤에 그칠지 모른다고 국산 밀산업 협회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큰 손실은 농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는 겁니다. 불량종자 사태를 경험한 농민 중 상당수는 '더 이상 우리밀 농사를 짓지 않겠다'며 내년부터는 겨울 작물인 보리를 심는 등 다른 작물을 심을 생각입니다.

해외 곡물가는 치솟고 우리 식량안보상 쌀 다음으로 중요한 우리밀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까지 자급률 10% 달성을 목표로 각종 지원을 하고 있는데, 불량종자 사태로 위기에 봉착한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신뢰 회복'입니다. 종자원은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농가를 안심시키는 것이 시급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하대석 기자 기자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