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가장 핵심인 예산안 처리가 야당의 반발로 불투명해지는 등 주요 국정이 난기류에 휘말렸고, 일부 언론 여론조사에서는 내각지지율이 위험 수위인 20%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간 내각이 올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자민당 등 야권은 간 총리에게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압박하고 있다.
◇내각지지율 '비상' = 교도통신이 11일과 12일 이틀간 전국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간 내각 지지율은 19.9%로 작년 6월 출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중순의 조사 때보다 12.3%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재작년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퇴진 직전인 6월 초 기록했던 내각 지지율( 19.1%) 이후 최저다.
작년 9월 간 총리가 당 대표 선거에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을 누르고 승리한 직후 60% 안팎이었던 내각지지율은 추락세가 지속되다 연초 개각으로 진정되는 모습이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간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는 '총리의 지도력이 없다'는 응답이 30.5%로 가장 많았다. 정당 지지율은 집권 민주당이 20.9%로 제1야당인 자민당(23.7%)보다 낮았다.
일본에서 내각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진 정권이 연명한 적은 별로 없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지율 20%선이 무너진 직후 옷을 벗었고, 자민당 정권 당시 아소(麻生), 후쿠다(福田), 아베(安倍) 내각도 지지율 20%선 안팎에서 무너졌다.
◇국정 총체적 난국 = 요즘 일본의 국정을 들여다보면 오리무중이다. 제대로 되는 일 없이 불투명성만 짙어지고 있다.
간 내각이 존속하기 위해 가장 급한 것은 2011년도 예산안 처리이지만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제1, 제2 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반대하고 있는데다 참의원이 여소야대여서 정상적 통과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이에 따라 참의원에서 예산관련 법안이 부결되더라도 중의원에서 뒤집을 수 있는 의석 3분의 2 확보를 위해 간 총리는 사민당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지만 사민당은 후텐마의 오키나와(沖繩) 현내 이전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간 총리는 정책을 통한 분위기 반전을 위해 6월까지 소비세 인상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의 개혁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자민당과 공명당이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간 총리는 일본의 재정위기를 타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소비세 인상과 TPP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외교도 난맥이다. 간 총리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선결문제인 주일 미군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이 현내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아시아 외교에서 핵심적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는 영토 갈등으로 얼어붙었다. 작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사태 이후 중국과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고, 러시아와도 남 쿠릴열도(일본은 '북방영토'로 표기) 영유권 분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야권 중의원 해산 공세 = 일본의 야당 가운데 민주당에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고 있는 정당은 사민당밖에 없다. 덩치가 큰 자민당과 공명당, 다함께당은 모두 간 정권을 공격하고 있다.
자민당과 다함께당은 중의원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정권에 대한 국민의 염증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민당의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부총재는 "국민의 마음이 간 내각을 떠났다. 선거로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함께당의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대표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보니 간 총리가 (총리의) 그릇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신당개혁 대표는 내각지지율 20%선 붕괴에 대해 "정권이 말기증세에 빠졌다"고 말했다.
간 내각은 3월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에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지지율 하락이 지속되고 예산관련 법안 처리가 어려워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판을 바꾸자는 여론이 분출한 가능성이 있다. 벌써 후임 총리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상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을 정도다.
봄을 어떻게 넘긴다 해도 6월이 가로놓여 있다. 간 총리는 이미 소비세 인상과 사회보장제도 개혁, TPP에 정치운명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간 총리가 제시한 6월까지 이들 문제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경우 총리 교체나 중의원 해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