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눈은 생전에 처음입니다"
강원 강릉시가 100년 만의 폭설에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12일 날이 새면서 강릉지역 큰 도로를 제외한 뒷길과 골목길, 단독주택 뿐 아니라 아파트도 허리춤까지 쌓인 눈에 도시가 멈춰선 느낌이었다.
대부분 택시와 시내버스가 운행을 멈췄고 아파트와 골목길의 차량은 빼내는 것은 고사하고 모습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눈을 뒤집어쓴 차량은 무덤의 봉분을 연상케 했다.
김학수(57.홍제동)씨는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차를 빼내기 위해 1시간가량 눈을 치웠으나 옆 차량과 입구 도로가 제설이 되지 않아 걸어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눈은 생전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아이를 데리고 나왔거나 일부 급한 사람들은 운행이 가능한 지프나 월동장구를 갖춘 차량을 무작정 세우고 '돈을 줄 테니 태워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토요일이지만 비상근무 등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차량운행을 포기하고 걸어서 출근하면서 도로가 차량과 사람들로 한데 뒤엉긴 모습이었다.
등산복과 등산화 차림에 컵라면과 과자, 빵 등 비상식량이 든 배낭을 지고 스틱까지 든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는가 하면 신발에 비닐봉지를 뒤집어 씌우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교동 적십자 사거리의 신호등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꺾어졌고 소나무와 가로수도 곳곳에서 부러지는 설해를 입었다.
이정미(26.여)씨는 "비상근무 때문에 출근을 해야 하는데 허리춤까지 눈이 쌓여 옷과 신발이 젖지 않도록 임시방편으로 검은 비닐봉지를 신발과 바지 위에 뒤집어씌웠다"며 "그런데 미끄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강릉고속 및 시외버스터미널에는 100여 대의 차량이 엄청난 눈을 뒤집어쓴 채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은 김인철(27)씨는 "업무차 평창에 가야 하는데 차가 운행을 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집에서 이곳까지 1시간 이상 걸어왔는데 이제 또다시 걸어가야 할 판"이라고 난감해했다.
터미널 주변 도로는 전날 운행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차들로 거대한 주차장을 이루고 있었다.
시내 골목길도 사람만 겨우 다닐 정도의 토끼길만 났다.
내 집앞의 눈을 열심히 치워보지만 치운 눈이 담장 높이까지 쌓여 더 이상 치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왕산면 바람부리와 성산면 위촌리와 송암리, 연곡면 삼산리 등 시 외곽지역을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단축운행하거나 중간에서 회차, 외곽지역 주민들이 사실상 고립됐다.
'제설의 달인'으로 불리는 강릉시는 이날 공무원과 주민, 군인 등 4천300여명의 인원과 200여 대의 제설장비와 자재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눈에 힘겨운 모습이다.
사천면 덕실리 3반에 사는 서모(48.공무원)씨는 차로 10분이면 되는 거리를 2시간30분이나 걸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홍종원(62.성산면 위촌리)씨는 "눈이 너무 내려 아침에는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을 정도였다"며 "10m가량 떨어져 있는 중장비에 도달하기 위해 마치 물속처럼 두 손을 들고 온몸으로 눈을 밀어붙여야 했다"라고 말했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우선순위를 정해 제설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전 시민이 내 집앞 눈치우기 운동에 동참하고 도로변에 세워 둔 차량을 치워 제설작업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며 "고립지역의 주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강릉=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