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고위급 군사회담 수석대표의 격을 '차관급'으로 제안함에 따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장관급으로 군사회담을 한다면 북한에서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나 리영호 총참모장이 회담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표면적으로 장관급 직책을 맡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부총리급' 이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인민무력부장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면서 국방위에서 김정일 위원장에 이어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리영호 총참모장은 후계자 김정은과 함께 작년 9.28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르면서 '떠오르는 실세'임을 보여줬다.
따라서 남한과의 장관급 회담에 이들을 직접 내세우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지병인 당뇨가 심해 시력과 청력을 거의 상실할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고 2009년 6월 중국 베이징의 인민해방군 직영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는 설도 나왔었다는 점에서 건강상으로도 회담에 나서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궁여지책으로 차관급 카드를 꺼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민무력부 부부장은 7∼8명,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은 5∼6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 중에서 회담 수석대표를 선임할 수 있다.
인민무력부 부부장이 회담에 나서면 대외업무를 맡고 있으며 2000년 서울을 다녀가기도 한 박재경 부부장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은 인민무력부 내에 615국을 두고 군의 대남협상업무를 전담토록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이 국을 맡은 국장이 인민무력부 부부장 직함으로 회담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부부장급으로 회담 수석대표의 격을 낮춘 것은 대남 강경입장을 가진 대장 계급의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남공작업무를 주로 하는 정찰총국의 성격상 김영철이 회담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편 1991년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때는 남측에서 당시 정호근 합참의장이 대표로 참여했고 북측에서는 김광진 인민무력부 부부장이 회담에 나서기도 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 군부는 남북관계도 좋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정치적 위상이 높은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나 리영호 총참모장을 남한과 회담에 내세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부부장급을 수석대표로 하자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