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사흘간 진행하는 개헌 관련 의원총회는 8일 주류인 친이(친이명박) 개헌파의 대대적인 `개헌 추진 요구'로 막이 올랐다.
친이 개헌파가 힘을 받으며 개헌론이 정치권 전반을 강타할 수도 있고, 반대론에 밀려 개헌 동력 자체가 사그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흘간의 의총은 개헌 정국의 중대 분기점으로 받아들여진다.
개헌 의총 첫날의 무게 중심은 개헌론에 쏠렸다.
전체 의원(171명) 중 75.4%에 달하는 129명이 의총에 참석해 격론이 예상됐으나, 발언에 나선 22명 중 개헌 추진에 반대 의견을 개진한 의원은 불과 2명이었고, 친박 의원은 단 한명도 단상에 오르지 않았다.
이들 개헌파는 87년 헌법체제와 2011년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집중적으로 지적하면서 개헌 추진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실천력을 담보하기 위한 당내 개헌 논의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권한에 따른 폐해 및 잦은 선거에 따른 국력 낭비 차단, 대화.타협의 여지가 없는 정치구조 개선, 새로운 시대정신.가치 반영 필요성 등이 이들이 제시한 논거다.
다만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와 관련된 개헌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론 초반 분권형 대통령제가 회자되면서 친박 진영으로부터 `정략적 개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아 왔다는 점을 의식, 친박 진영을 일부러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 친이계는 개헌 논의기구 구성을 통해 개헌론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까지를 이번 개헌 의총의 목표점으로 잡은 상태며, 추후 논의기구에서 개헌 방법.방향 등을 정리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또 개헌파는 내년 총선.대선이 20년 만에 같은 해에 치러지는 만큼 올해가 개헌의 적기이고, 87년 헌법도 불과 2∼3개월 만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의 개헌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함께 내놓았다.
그러나 친이계에서도 차명진 의원은 "개헌 목적이 지나치게 분분하다"며, 김성태 의원은 "현재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개헌이 아닌 민생 현안에 대한 논의"라며 각각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같이 개헌 추진론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첫날 의총이 끝났지만, 개헌론이 불붙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남은 9,10일 의총에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대론이 제기될 수 있는 데다, 이날 의총 종료 시 자리를 지킨 의원이 50여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개헌에 대한 관심 자체가 현격히 저하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침묵으로 일관한 친박계가 반격에 나설 경우 개헌 쟁점을 둘러싼 친이.친박 간 충돌은 불가피해 보이며, 한나라당은 지난해 세종시 논란에 이어 또다시 `계파간 갈등'에 휘말릴 수 있다.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이날 발언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은 야당과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당 소장그룹인 `민본21'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정상적인 토론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촌평했다.
권택기 의원이 의총에서 "오늘 개헌 논의기구 구성을 마무리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도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