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화훼 농가를 비롯한 시설재배 농가들은 여느해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한파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 값 부담 때문에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고, 연료비 부담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손해를 보는 농가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름값을 지난해의 3분의2나 줄여 이익을 본 화훼농가가 있습니다. 땅속의 열(지열)을 이용해 화초를 키우는 경기도 용인의 오명환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오 씨는 3천 평 정도의 유리 온실에 국화와 난, 카랑코에 등을 30년째 재배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열 시스템을 설치하기 전에는 난방비가 6천만 원이나 들어가 영상 12도 이상으로 온실 온도를 못 높였습니다. 당연히 생산성도 떨어지고 꽃을 생산할수록 손해보는 상황이었습니다.
오 씨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80%를 지원해주는 지열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8억2천만 원의 공사비 가운데 1억6천만 원의 자기 부담이 있지만, 연료비를 8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실험이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오씨는 "정부가 하는 사업 중에서 제대로 된 사업이 지열 시스템 설치 지원"이라며 흐뭇해했습니다.
실제로 지열시스템을 설치하고 나서 연료비가 2천만 원으로 설치 전보다 3분의2나 줄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파 속에서도 18도 이상으로 온실 속 온도를 높일 수 있었기 때문에 꽃 품질도 좋았습니다. 1억 원 넘게 돈이 들긴 했지만 5년 정도면 설치비를 모두 건질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과 이익이 높아졌습니다. 용인의 다른 화훼농가들은 올해 꽃 농사를 망친 상황에서 자신의 지열 시스템 설치가 다른 농가들에게도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습니다.
지열시스템은 땅속에 PE파이프(지열 교환기)를 묻고, 찬물을 흘려보내 땅 속의 열을 흡수하는 장치입니다. 연중 10~20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열은 무궁무진한 신재생에너지입니다. 지열을 활용하면 겨울에는 난방용으로, 여름에는 거꾸로 온실의 열을 땅 속으로 배출해 온도를 낮추는 냉방용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한여름 폭염 속에서 온실 온도를 1도 낮추는 것은 한겨울 1도 올리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열시스템을 활용하면 온실 온도를 쉽게 낮출 수 있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겨울에 찬물을 땅 속으로 흘려보내면 데워진 물의 열에너지를 난방에 활용하고, 여름에는 반대로 더워진 물을 땅 속으로 흘려보내면 차가워지기 때문에 이것을 냉방에 이용하는 겁니다.
지열 시스템은 설치비가 관건입니다. 1ha에 12~15억 원 가량의 설치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영세한 시설재배 농가들은 설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천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지열 시스템을 설치하는 농가에게는 국고에서 60%, 지자체에서 20% 등 80%를 보조해줄 방침입니다. 지금까지 파프리카, 화훼 농가 등이 지열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농가가 부담해야 할 설치비가 20%에 달한다는 점이 큰 부담입니다. 따라서 서너 농가들이 합심해 설치해보는 것도 고려해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