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1일 전국에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서 국정현안 전반에 대한 진솔한 입장을 밝히고 범국민적 국정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아울러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치권의 핫 이슈로 부상한 개헌 문제에서부터 남북 관계, 인사 스타일,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전세난 대책, 복지 수혜 범위 논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을 피해가지 않았다.
오히려 단호한 원칙과 철학을 가감없이 밝힘으로써 만만치 않은 임기 후반기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여기에는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로 집권 4년 차인 올해 주요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각오가 묻어있다는 분석이다.
◇레임덕 일축 속 '흔들림없는 원칙' 강조 = 이날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일관되게 드러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침은 모든 현안에 있어 정치적 고려없이 '원칙'에 충실한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의 태도 역시 신념과 자신감이 넘쳤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우려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철학은 "정부(운영)는 정치가 아니다"는 발언에서 잘 드러났다. 예컨대 인사의 경우 대상자의 도덕성을 물론 중시하겠지만 "누가 일을 잘할 수 있느냐"는 효율성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는 정치적 고려없이 '일하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임기 막판까지 유지하는 것만이 순탄치만은 않을 임기 후반기 정국을 풀어갈 '최선의 해법'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날 정동기 전 민정수석의 감사원장 낙마 과정에서 불거진 당청간 갈등 양상, 인사 스타일 및 CEO식 리더십에 대한 비판 등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원칙을 크게 허물지 않고도 잘할 방법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비롯해 개헌, 남북 관계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원칙을 지키며 정도를 걷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다.
◇정치권 개헌논의 '마지막 촉구' = 이 대통령이 이날 정치권을 향해 개헌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때가 됐음을 부각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어떤 정권이든 낡은 헌법 시스템을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한 시대적 소명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물론 이 대통령 자신은 개헌 논의에서 한 발 물러나 있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다시 한번 부각했다. 대통령이 나서 개헌 드라이브를 걸 수 없는 만큼 여야가 정략적 판단을 배제하고 '허심탄회한' 개헌 논의를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은 개헌 논란 속에서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정치권에 전달했다. 다시 말해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는 최종 통보인 셈이다.
이제 여야 정치권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아직까지 개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개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시작하는 데 대해 여야 정당의 주요 주주들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정국 기상도 '미지수' = 이 대통령이 이날 '원칙있는 국정운영'을 내세우며 국정 주도권 유지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설 이후 정국이 원하는대로 순탄하게만 풀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좌담회를 '정치 광고'에 비유하면서 각을 세우고 나섰고, 자유선진당의 반응은 더욱 부정적이다.
내부적으로 야권은 이 대통령의 이날 좌담회를 이른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고수할 것이라는 선언으로 받아들이며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 대통령이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에 있어 충청 지역이 기득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정치적 부담이 될 소지가 적지 않다.
당장 충청권이 기반인 선진당은 아예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일전에 나설 태세이고, 민주당 역시 공격 타깃을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집중시켰다.
이와 함께 언제든 불만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사교육비 문제, 주택난과 전세난, 복지 수혜 대상의 범위 등도 이 대통령에게는 기회인 동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에 대해 여지를 열어놓은 것은 민주당으로부터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영수 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중단과 같은 주요 현안을 영수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청와대는 여기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영수회담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면서도 "대화를 하는데 전제 조건을 달면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융통성을 가져야지, 이것저것 빗장을 걸어놓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