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골목길 통행료. 듣도 보도 못한일이 생겼습니다. 내 땅이니 돈내고 지나가라는 겁니다. 대동강 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산적 두목의 환생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김흥수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시 감천동의 한 골목, 단독주택이 밀집한 서민주거지역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난데없이 한 중년남성이 나타나 자신이 골목길 땅 주인이라며 주민들에게 사용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김형석/주민 : 어떻게 당신 땅이냐 내가 이 동네에 12년 살았는데 이거 길이다 길인데 그러니까 자기가 법원경매에서 샀다. 자기가 이제 주민들하고 대화가 안되면 재판하겠다 이거라.]
이 골목은 폭 4, 5미터에 총 길이가 2백미터 남짓, 면적으론 1,000제곱미터에 이릅니다.
문제는 골목길이 4각형 모양으로 주택가를 포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도로를 접하고 있는 가구는 모두 30가구나 됩니다.
하지만 도로 자체가 외길이다보니 다른 곳으로 돌아다닐 대안도 없습니다.
이 골목길 주인이 요구한 통행료는 가구당 3만 원씩 월 90만 원, 하지만 주민들이 이를 거부하자 이 주인은 '토지사용료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경애/주민대표 : 황당하더라고요. 너무 어이가 없죠. 우리 동네에 다달이 그 돈을 받으면 5년 안에 자기는 본전 뽑을 수 있다 그렇게 말했어요.]
[골목길 땅주인 : 내가 (땅을) 취득을 하고 보니까 주민들이 주차를 하고 있고 내가 사람은 다니게 해도 차는 절대 못다니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법적으로 아무 하자도 없고.]
[임영순/부산시 사하구의원 : 최근 1년 ,2 년 안에 골목길의 일정 부분을 사가지고 입구라든가 이런걸 사가지고 이렇게 소송 건이 사하구청하고 소송이 붙은 것만 8건 정도 가 되고 있고 이게 전국적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지난달 열린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골목길 구입 의도에 문제가 있는 만큼 통행료를 받을 수 없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 종암동의 한 골목, 역시 통행료 시비로 주민들은 4년째 소송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까지 통행료 청구소송을 기각당하자 골목길 땅주인이 이번에는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입니다.
[주민대표 : 준비가 다 돼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렇게 하고 그 다음에 뭐해야지 뭐해야지 준비가 다 돼 있는 사람들이라 착착착착 차례대로 와요.]
골목길 주인이 느닷없이 나타난 것은 지난 2008년 6월, 이 주인은 골목길을 낙찰받자마자 곧바로 통행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주민들에게 요구한 액수가 가구당 월 67만 원.
[주민 : 사용료 안내면 여기다가 건물을 짓겠다고 막고서 우리 못 지나다니게 건물을 짓겠다.]
[주민 : 한강물 팔아먹는 사람하고 똑같다고 그랬어요. 우리가. 그래도 자꾸 이렇게 하니까 법이라는 걸 어떻게 하겠어.]
이런 골목길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 6~70년대 주택가 조성 당시 지목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땅주인들이 필지를 분할해 판 뒤 사이사이 골목길로 남은 대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땅들이 최근들어 재개발이나 뉴타운 바람을 타고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강은/부동산 경매업체 팀장 : 통행료를 요구하거나 국가에 매수청구를 하고 아니면 수용될 경우 보상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죠.]
소송은 주민뿐만 아니라 도로를 관리하는 지자체를 상대로도 제기됩니다.
서울의 한 구청의 경우 최근 5년간 모두 28건의 도로 사용료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안귀성/성북구청 토목과 보상팀장 : 지금 소송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모르고 지났는데 주위에서 소송하는 걸 보니까 아하 이런 게 부당이득반환금청구소송이 되는구나 알고.]
하지만 얄팍한 계산만으로 통행료를 챙기려다 오히려 큰 코 다칠 수도 있습니다.
[김병조/변호사 : 일반인들이 누구나 다닐 수 있는 도로로 제공되고 있는 그 교통을 방해한 자체가 형법상 죄로 인정되기 때문에 자기 소유물인지 여부는 가리지 않습니다. (통행을 방해하면) 처벌됩니다.]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골목길 분쟁.
사용료 징수를 위한 의도적인 골목길 투기는 오히려 쪽박차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