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대니얼 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 자를 참수한 진범이 9·11 테러를 기획한 알-카에다 요원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였 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공개됐다.
20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에 따르면 펄 기자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단체 '펄 프로젝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참수 순간을 찍은 동영상에 나타난 참수자의 손과 모하메드의 손 사진을 비교한 결과 둘이 일치했다는 미 중앙수사국(FBI)의 과학수사 결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혈관 일치여부 판독(vein matching)'이라 불리는 이 기법은 피부에 나타난 혈 관 패턴을 분석해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아직은 지문 판독 등 여타 기 법만큼 신뢰성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모하메드는 지난 2007년 붙잡히고 나서 자신이 "축복받은 오른손으로 미국계 유대인 대니얼 펄을 참수했으며 그의 머리를 든 내 사진이 인터넷에 게재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심문 과정에서 그가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해 이같은 진술을 했을 개연성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진범 여부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펄 프로젝트는 지난 3년간 미국과 파키스탄 당국자 수백명의 인터뷰와 법원 사건기록을 토대로 진상을 추적한 결과 펄 기자 살해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영국 출신 오마르 사이드 셰이크가 범인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펄 프로젝트가 확인한 당국 조사 결과를 보면 셰이크가 애초 몸값을 받아내려는 목적으로 펄 기자 납치를 기획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모하메드가 이 일에 관여하면서 주도권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2002년 당시 납치범들이 공개한 참수 동영상은 이미 목을 자르고 나서 촬영을 위해 '연출'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셰이크 일당이 캠코더를 다루는 데도 서툴러 펄 기자의 실제 참수 장면을 촬영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펄 프로젝트는 모하메드가 셰이크 일당과 접촉하게 된 정확한 경위는 이번 보고서에서 밝히지 않았으나 그가 알-카에다 지휘관 사이프 알-아델의 지령을 받고 참수 사건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펄 기자는 WSJ 남아시아 지국장으로 근무하던 2002년 1월 파키스탄에서 무장단체 지도자와 인터뷰를 주선하겠다는 사람들을 따라갔다 납치돼 결국 살해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