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U포터] 예비군을 정예화 시키고 싶다고?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지난 13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탤런트 현빈의 해병대 자원을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명명함으로써 많은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탤런트가 노블리스일 수 있느냐는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민의 의무사항인 군복무를 가지고 '노블리스 오블리제' 운운한다면 그만큼 한나라당의 병역실태가 한심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6일 국방부가 전 의원을 지원하고 나섰다. 기존보다 훨씬 힘들어진, 새로운 예비군 훈련을 발표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현빈의 해병대 지원을 빛나게 만든 것이다. "3월과 8월에 각각 실시하는 한·미 연합훈련에 예비군 2개 대대가 참가해 처음으로 전방으로 전개하는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는 국방부의 발표가 그것이다.

국방부는 "전시 전방으로 전개하는 정밀보충대대가 동원훈련만 했지 실제 전방으로 전개하는 훈련은 하지 못했다"면서 "올해 한미연합훈련부터 전방으로 예비군 병력을 전개하고 물자를 수송하는 연습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비전력의 정예화 일환으로 동원훈련 기간도 2015년까지 2박3일간 실시하되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박4일, 2020년부터는 4박5일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이번 계획이 결코 장난이 아님을 예비군에게 지급되는 장비로 증명하는 듯 하다. 그동안 부실한 예비군 훈련의 상징이었던 예비군 개인화기 칼빈 소총을, 실전 투입 가능한 M16A1 소총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밖에도 국방부는 예비군들에게 방탄헬멧과 방독면 등 전투 및 생존에 필요한 전투장구류도 기꺼이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예비군은 M16A1 소총에 방탄헬멧과 방독면까지 착용하고, 한·미 연합훈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을 실전처럼 실시하겠다는 걸까?

국방부의 대답은 간단하다. 전시 현역부대가 부족하다는 것. 결국 사회가 노령화되면서 국방의 의무를 지는 절대 인구 역시 줄어드는데, 이를 예비군의 상설화로 매우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현대전이고 뭐고 간에 북한의 150만 대군을 막기 위해서는 어쨌든 최소한의 '쪽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그들의 생각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생각이 진정한 국방개혁과 함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연평도 포격 이후 드러난 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사병 군복무 24개월 환원 등으로 '땜질'하려 한다. 말로는 강한 군대를 운운하며 전쟁불사를 외치지만 오히려 작전권 반환을 뒤로 미루고 미국의 그림자에 안주하려고 한다. 그것이 미국 퍼주기, 중국과의 갈등 등으로 더 큰 안보비용을 필요로 함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것이 최선인 냥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예비군 훈련 개편이 탐탁지 않은 것은 이와 같은 정부의 전력 때문이다. 황망한 외교정책으로 오히려 전쟁의 가능성을 증폭시킴으로써 안보불안을 조장하더니, 이제 그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겠다고 나선 현 정부. 보온병을 포탄으로 인식하는 군 미필자들이 예비군 훈련마저 힘들게 만들겠다고 덤비니 어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예비군들이 칼빈 소총 매고 동네를 어슬렁어슬렁 모습이 그리 보기 싫었던가?

이번 국방부의 발표에 있어서 더욱 이상한 점은 예비군들을 하필 미국과의 연합훈련에 투입시킨다는 사실이다. 왜 국방부는 그 하고 많은 훈련들 중 한·미 연합훈련을 선택했을까? 어쩌면 국방부가 예비군을 한·미 연합훈련에 가장 먼저 참여시킨 건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한국군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훈련에 예비군을 참여시킨다면 그들이 그 훈련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
광고 영역

지난 기억을 떠올려 보자. 아무리 현역이라 한들 병장이 꺾이고 말년이 다가오면 웬만하면 훈련에서 열외 하는 것이 우리 군대의 현실이다. 물론 요즘 군대는 다르다고 하지만 과연 그 보수적인 조직이 쉽게 바뀌었겠는가. 아직까지 군대 말년은 떨어지는 낙엽에도 조심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결코 우리 군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징병제가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모순이다. 말년병장의 태만이란 결국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군대를 가고, 그곳에서 납득할 수 없는 노동력 착취를 당한 이들이 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기제이기 때문이다. 곧 있으면 전역인데 과연 그 누가 허술한 관리체계 안에서 열심히 훈련을 하겠는가.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돌아오지 않던가.

하물며 예비군이다. 비록 정부는 훈련을 변경하면서 예비군 훈련비용도 10만 원 정도로 현실화 시킨다고 했지만, 이 역시도 이미 전역한 이들이 부상을 무릅쓰고 열심히 훈련에 참여할 동기로는 태부족하다.

결국 예비군이 한·미 연합훈련에 가장 먼저 참여하게 되는 것은 그나마 미군이 개입되어야 예비군들을 쉽게 설득시킬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미군은 최소한 우리 군대보다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예비군을 한·미 연합훈련에 참여시킨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전시 작전권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 군대는 미군의 명령을 받을 수밖에 없는 터, 예비군이라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예비군과 관련된 움직임은 더더욱 미군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전장에 예비군이 나오는 경우는 전쟁 발발 후 한 번의 포연이 휩쓸고 간동다음일 텐데, 현역 부대야 현장의 논리가 앞선다고 할지라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투입될 예비군 부대는 전체 전쟁을 조율하고 기획하는 주체에 의해 움직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제대 이후 참여하는 예비군 훈련마저도 미군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 현실. 그것이 바로 2010년 대한민국의 자주국방 현실인 것이다.

혹자들은 우리의 예비군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항상 스위스의 예비군 제도를 거론한다. 예비군을 상비군 수준으로 정예화 시켜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 든든한 병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스위스의 예비군이야 말로 우리의 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스위스의 군대와 우리의 군대는 그 사회적 위상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이다. 용병의 역사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스위스 군대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전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전력을 지니고 있는 한국 군대의 차이이다.

게다가 현재 우리의 병역은 매우 불공평하다. 한 연예인의 해병대 지원을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호들갑 떨 만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면제는 한심한 상황이다. 돈과 '빽'만 있으면 어떻게든 군대를 안 가도 되는 사회. 현재 이 정부는 보온병을 포탄이라 명하며, 개머리판에 얼굴을 대고 총을 쏘며 심각한 수준으로 곪아버린 우리의 병역 문제를 몸소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예비군을 정예화 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건 미군과 함께하는 훈련이 아니다. 그보다 우선 필요한 것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군복무이며, 이를 전제로 하는 끈끈한 전우애와 당당한 자존심이다. 예비군복만 입으면 괜히 창피해지는 작금의 풍토에서 예비군 정예화는 요원한 이야기일 뿐이다.

이희동 SBS U포터

http://ublog.sbs.co.kr/rcn60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