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이 19일 태광그룹 이호진(49)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태광그룹 비자금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점에 올라선 양상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이 회장의 신병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강도높은 보강수사를 벌일 수 있지만, 기각되면 수사의 원동력을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로서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일종의 '승부수'인 셈이다.
검찰은 800억원이 넘는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난 이상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추세라 기각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회장의 구속을 바라는 검찰은 일단 2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회장 구속수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일단 이 회장이 무단거래와 허위임금 지급, 작업복·사택관리비 착복, 불량품 되팔기 등의 노골적인 수법으로 약 424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는 사안이 중해 증거인멸 시도를 차단한 상태에서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울 예정이다.
또 계열사가 보유하던 한국도서보급㈜ 주식을 적정가인 주당 17만6천여원의 10%에도 못 미치는 1만6천여원에 대거 사들이고, 그룹 소유의 골프연습장을 헐값에 취득해 죄질이 나쁘다는 점도 강조키로 했다.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기존 혐의에 대해 보강조사를 벌이는 한편 금융ㆍ방송 규제 당국에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 등 그동안 손을 대지 못한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의 이런 희망과는 달리 이 회장 구속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최근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브로커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고 브로커를 해외도피까지 시키려 했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해 법원이 '피의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사실을 내세운다.
또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역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홍동옥 전 한화 CFO(재무 총책임자)에 대해서도 법원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라'며 영장을 기각한 사례도 검찰을 마음놓지 못하게 한다.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이 회장의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수사의 공정·정당성마저 훼손되면서 '무리한 수사로 기업활동을 방해한다'는 여론의 역풍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세 차례나 불려가 조사받은 이 회장이 '정당한 경영판단이 오해를 받았다' '주가나 매매가를 적절하게 판단했다'며 혐의 대부분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 측은 21일 영장실질 심사에서 '범죄를 의심할 근거가 부족하고 도주ㆍ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집중부각한다는 방침 아래 변호인단이 막바지 법리검토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