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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상생', 현실은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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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우리 사회 화두 가운데 하나를 기억하십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강조한 뒤 재계에서는 '상생'이 화두였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반 성장을 끼워넣지 않은 정책이 없을 정도로 각 부처에서 동반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9월 29일에는 마침내 이명박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이 만나 상생 실천방안을 거창하게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각 기업별로 하청업체와 함께 잘 살 수 있게 원자재 급등 부담을 같이 나누고 정부도 입법 과정 등을 통해 하청업체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미흡하다"는 중소업체들의 반응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해 기대를 많이 갖는 분위기였습니다.

넉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요? 특히 국제원자재 가격이 기록행진을 하면서 급등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때 마련했던 정책과 사회적 약속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중소업체들을 취재해 봤습니다. 그런데 취재결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였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있지만 납품단가 인상은 말을 꺼내기 힘든 실정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면 대기업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이 '거래처 변경' 이었다고 합니다. 하청업체들이 여러 곳이 있다보니까 출혈을 감수하고 일단 더 싸게 주겠다는 곳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갑'의 입장을 가진 대기업의 카드였습니다. '을'의 입장인 중소하청업체들은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하면서 비용을 줄이거나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납품을 계속하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나마 나은 대기업에서는 납품단가를 일부 올려주기도 하는데 원자개 가격이 30% 오르면 납품단가는 10% 정도 올리는 수준이었습니다. 대기업 내에서도 각 부서 별로 평가를 받다보니 '상생의 약속' 은 공허하게 돼 버린 겁니다. 당시 삼성과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에서  하청업체를 얼마나 잘 챙겼느냐를 주요 평가 항목에 넣겠다고 발표는 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정부 대책이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생약속' 이후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하도급법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15% 이상 급등하면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 대기업에게 납품단가 인상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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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서는 조합에서 납품단가 인상 신청을 해도 결국 협상은 '을' 인 개별기업이 '갑'인 대기업과 각각 하게 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긴하지만 그래도 일단 신청권이라도 법적 제도를 갖출 수 있는 법안입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낮잠만 자고 있습니다.

이 법만이 아닙니다. '상생' 이 화두가 된 뒤 국회의원들이 각각 하청업체 보호에 관한 법안, 원자재와 납품단가 연동법안 등 16개나 되는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지만 역시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야심차게 출범했던 '동반성장위원회'는 출범식만 한 번 한 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중소 업체들의 고통이 극심한 지금까지 회의 한 번 하고 있지 않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중소업체 사장님들은 "취재를 하면 뭐 하나? 달라질 것 없을 거야" 라는 하소연을 많이 했습니다. 선거철이 가까워 오거나 나랏님이 한 마디 하시면 쏟아져 나오는 비슷한 대책과 약속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언론 역시 때만 되면 취재하고 잊어버리고 있지 않았나 머쓱해 진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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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원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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