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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성장'에서 '물가'로 돌아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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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기준금리를 운용하겠다고 밝혀 앞으로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해 통화정책이 경제성장을 지원하도록 기준금리 인상을 될 수 있는 대로 자제하는 방향이었다면, 우리 경제가 이제는 정상 궤도에 오른 만큼 금리도 정상화하면서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책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가 물가불안을 잠재우기에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저금리에 따른 자산가격의 '거품'과 가계부채 급증 등 경제의 왜곡 현상을 경계하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동안의 기준금리 결정과정을 감안해보면 금통위가 자신들의 기대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정부가 물가안정의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5% 성장 목표'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금리 인상을 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통위 "이제는 물가안정이다"

금통위는 6일 발표한 '2011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의결 자료에서 물가안정 의지를 확인했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매월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확고히'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면서도"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물가안정을 경제성장보다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물가안정 목표와 관련해서도 "올해 소비자물가는 물가안정 목표 중심치를 상회하는 3%대 중반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목표범위의 중심선에서 안정되도록 통화신용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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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이 지난해 9월부터 4개월째 3%를 넘은 데 이어 올해도 계속 3%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이제부터라도 통화정책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곳곳에서 물가불안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각종 소비재 품목의 가격이 오른 데 이어 공공요금과 임금인상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및 곡물 가격의 급등과 중국발 인플레이션도 국내 물가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 목표의 중심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5%가 예상되는 물가 상승률이 내년도까지 3년 평균 3%를 초과하지 않도록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정상 수준 가까이 올려놓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거품 경제' 가능성도 경고

금통위는 이날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자산가격 급등, 외국인 자본 유입, 가계부채 급증 같은 거시 경제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변수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내비쳤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완화기조의 장기 지속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금융경제의 불균형 발생 가능성 등에도 유의하겠다"며 "시중 유동성 및 자산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무르다보니 물가를 고려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를 초래하고, 그만큼 자산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높이 올라 경제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열린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과잉유동성이 존재한다고 판단되는 상황하에서 주택가격 상승 전망, 높은 주가 및 채권가격 등으로 인해 자산시장 버블(거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가계부채 등 높은 레버리지(차입),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주택가격, 뿐만 아니라 주식을 포함한 자산가격의 버블 가능성 등은 대내외 충격에 취약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풍부한 국내 유동성이 외국인 자금의 대거 유입과 맞물려 금융시장에 거품이 만들어지거나 주택가격 상승을 노린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4조 9천억 원 늘어 2006년 11월 이후 4년여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금통위 발표에도 의구심 여전

금통위가 물가안정과 기준금리 정상화의 의지를 보였음에도 한은 안팎에서는 과연 금리 인상에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를 두고 아직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저금리에 따른 물가불안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줄곧 제기됐지만, 지난해 기준금리를 단 두 차례 인상하는 데 그쳐 내부에서조차 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기자회견이나 외부 강연 등에서 나타난 김중수 총재의 발언에서 금리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고, 그동안 보인 금통위의 의사결정 행태로 미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엄포'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는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정부의 성향도 깔렸다.

정부는 이날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서 원자재가격 상승과 일부 생필품 가격 인상 등이 인플레 기대심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오는 13일에는 관계 부처가 망라된 물가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기민한 대응은 일단 물가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물가불안은 5% 성장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움직임을 표면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대로 한은에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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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물가대책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3일 발표되는 점이나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의 '물가안정' 기능을 강조하고 나선 점 등이 공교롭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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