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가 1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축산업계와 외식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육류 물량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가 육류를 꺼리는 분위기까지 겹쳐 경제적 손해를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폐쇄되고 있는 도축장은 '구제역 한파'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
현재 구제역 최초 발생지인 경북 지역은 물론, 뒤이어 구제역이 터진 경기와 강원 지역의 도축장이 대부분 잠정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12월 파주 북서울도축장, 동두천 우림축산도축장, 포천농축산도축장 등이 연이어 폐쇄됐으며, 남양주시 진건읍 전우축산 도축장과 안양시 박달동 도축장도 지난 3일 문을 닫았다.
강원도에서도 지역 내 최대 축산물 종합처리장인 강원 LPC를 비롯, 도내 도축장 5곳이 지난해 말 모두 잠정 폐쇄됐다. 이들 5개 도축장에서는 그동안 1일 평균 150여 마리의 소와 3천200여 마리의 돼지를 도축했다.
특히 도내 도축 물량의 75%를 차지하는 강원LPC의 경우 1일 평균 280여 명이 종일 근무를 해야할 만큼 바삐 돌아갔지만, 지금은 10여 명의 직원만이 적막감 감도는 공장을 지키고 있다. 이 업체의 영업손실은 1일 최소 7억 7천여만 원에 이른다.
아직 운영 중인 도축장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 서구 가좌동의 ㈜삼성식품은 구제역 발생 전 1일 평균 돼지 1천300~400마리, 소 70~80마리를 도축했으나 지금은 1일 도축량이 돼지 300마리, 소 1~2마리에 불과하다.
구제역 발생지와 경계지를 피해 도축 물량을 확보하다 보니 유통비용도 크게 뛰었다. 돼지의 경우 마리당 약 4천원이던 유통비용이 구제역 발생 이후로는 7천 원으로, 소는 마리당 7천~8천원에서 1만~1만1천 원으로 늘었다.
인천 도축장 관계자는 4일 "지난 일주일 동안 집에 하루밖에 못 들어갔을 정도로 정신없이 일하고 있지만 물량 수급 상황은 최악"이라면서 "구청이 우리 도축장에 대한 폐쇄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려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육류 도매가격도 껑충 뛰었지만,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찾는 손님은 크게 줄어 외식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천시 서구 축산도매시장에 따르면 현재 삼겹살의 경매 단가는 1kg당 7천500원선. 구제역 발생 전의 가격인 5천원보다 50%나 올랐다. 한우 1등급 등심 1kg의 도매가도 구제역 발생 전의 7만원에서 8만원으로 약 13% 상승했다.
충북 청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3.여)씨는 "고기 매입 단가는 뛰었지만 손님은 오히려 70% 정도 줄었다"면서 "연말연시 특수도 실종된 데다가 판매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식당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시 남동구 한우 전문점 관계자도 "구제역 발생 전에는 1일 평균 700만~800만원이던 매상이 지금은 100만원 남짓으로 줄었다"면서 "축산농가나 도축장은 피해 보상이라도 받는다지만 우리는 그런 것도 없는데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계속될 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