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 갑니다. 아직도 선명한 그날의 흔적들. 섬이 제 모습을 찾을 날은 아직도 멀었는데 기자인 저를 포함한 사람들의 입에서도, 기억에서도 잊혀간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행정안전부가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 지역 학생들이 좀 더 쉽게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게 돕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시행령의 핵심은 각 대학들이 신입생 입학정원의 1%, 모집단위별 정원은 5% 내에서 서해 5도 출신 학생들을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안보 위기 때마다 학습권이 침해받고, 평소에도 변변한 사교육 조차 기대하기 힘든 서해 5도 지역 학생들을 좀 더 배려해주자는 취지로 오는 28일부터 시행돼, 당장 내년 입학생 그러니까 2012년 입시부터 적용됩니다.
전체 정원의 1%라... 처음 들으면 '애걔, 고작 1%?' 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해 5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서울대의 2011학년도 입학 정원은 3천 96명. 전체 정원의 1%를 계산해보면 30.9명, 대략 31명 정도가 정원 외 대상이 되는데요, 문제는 서해 5도에서 매년 배출되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3~40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만약 이 졸업생들이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다고 가정을 할 경우 졸업생의 전부 또는 대다수가 서울대에 갈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런 내용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서해 5도에서 학교 나오면 서울대는 식은 죽 먹기다!' '다른 섬도 많은데 왜 서해 5도만 잘해주냐' 등등, 도시에 비해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이나 섬 지역 학생들이 대학을 갈 때, 상대적으로 배려를 해 주는 농어촌 전형이 이미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해 5도에 한정해 특혜를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심지어, 자식 좋은 학교 보내기 위해 지방으로 이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요즘 이런 멍석까지 깔아주니 100% 위장 전입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다 같이 연평도로 이사가자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고3이 될 학생이나, 고3자녀를 두게 될 학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서해 5도에 산다는 것 만으로 특혜를 받는다면 억울한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이런 걱정들은 대부분 기우라는게 행정안전부의 입장입니다. 먼저 행정안전부는 정원 외 선발 대상의 자격을 (1)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을 모두 서해 5도에서 나온 학생, (2) 중학교, 고등학교 6년을 과정을 서해 5도에서 마치고 법적 보호자(주로 부모님)가 함께 거주한 경우로 한정했습니다.
중학교 졸업식 몇 달 전에 입학해 고등학교만 다니는 얍삽한 경우 등에 대비해 반드시 전 과정에 (쉽게 말해 입학부터 졸업까지) 다니도록 까다로운 기준을 둔 건데요, 이럴 경우 위장전입을 하려면 유치원 때 들여보내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나오게 하거나, 초등학생 때 부모님과 함께 들어가서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같이 살아야 하는데 누가 이렇게까지 하겠습니까.
게다가 이 시행령은 행안부가 각 대학들이 정원 외 선발을 할 수 있는 근거을 마련해 준 것일 뿐 강제성이 전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서해 5도 학생들을 정원 외로 뽑든 안 뽑든 그건 모두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이라는 얘깁니다.
거기다, 농어촌 지역에 산다고 다 농어촌 전형으로 명문대에 가는 건 아닌 것처럼 서해 5도 학생들이 좋은 대학들이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갈 수도 없습니다.
일단 저는 위에 나열한 여러가지 조건들을 취재하면서 생각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도 뭔가 억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시겠죠?
제 생각에는, 시험 보다 말고 포탄이 날아와 황급히 대피해야 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위기감이 고조될 때마다 불안해 해야하는 서해 5도 학생들의 힘든 사정을 좀 더 생각해서 너그럽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어차피, 뽑는다 해도 정원 외 선발이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의 당락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