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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실은 '제야의 종' 신묘년 열었다

보신각에 8만명 운집…"남북한 화해하는 평화의 한해 되길" 사이클 이민혜 선수, 첼리스트 정명화 등 16명 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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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신각에서 힘차게 울려퍼진 제야의 종소리가 다사다난했던 2010년을 떠나보내고 2011년 신묘년(辛卯年) 새해를 열어젖혔다.

북한이 천안함을 동강내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면서 살벌해진 남북관계에 일년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시민들은 2011년 1월1일 0시 정각 보신각 주변에 퍼진 타종 소리와 함께 묵은 해를 뒤로 하고 새해 첫날을 희망차게 맞이했다.

수은주가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는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새로운 각오로 새해 첫 순간을 맞으려는 시민 8만여명이 몰려들어 보신각 주변은 행사 시작 두세 시간 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두터운 외투와 목도리, 털모자 등으로 '중무장'한 시민들은 행사 한 시간 전 차도 진입이 허용되자 도로로 쏟아져나와 허공에 폭죽을 쏘아대거나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새해 분위기를 만끽했다.

보신각 앞 사거리에서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풍물놀이패가 인파에 둘러싸인 채 신명나게 연주하며 흥을 돋웠다.

시민들이 1일 0시 10초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해 마침내 '0'을 외치자 보신각의 장엄한 종소리가 종로 일대에 울려퍼졌다.

이날 보신각 종은 인터넷 공개 추천으로 뽑힌 시민대표 11명을 비롯한 인사 16명이 타종했다.

갑상선암을 이겨내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ㆍ은메달을 딴 사이클의 이민혜 선수, 탈북여성으로서 이화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애란 경인여대 교수, 할리우드에 진출해 국위를 선양한 영화배우 김윤진, 서울시 홍보대사인 첼리스트 정명화, 2010년 최고의 영웅소방관으로 뽑힌 최종춘씨가 참여했다.

장애인이 전체 직원의 80%인 업체를 이끌며 100만달러 수출탑을 달성한 한울식품 김철범 대표, 30여년간 서울시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며 전통문화유산 보존에 공헌한 주남철 고려대 명예교수, `2010 효행상'을 수상한 성남여고 2학년 문세인양도 타종행렬에 동참했다.

1996년 일본에서 시집와 9명의 대가족을 돌보는 후지 다미나고씨,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던 10대 소녀에게 골수를 기증한 배인귀 공군 중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체회장인 엄기영 서울드라마페스티벌총회 회장도 시민 대표로 보신각 종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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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보신각에 올라 "신묘년 새해에는 큰 귀를 쫑긋 세운 토끼처럼 더 부지런히 시민들 말씀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겠다. 시민 여러분도 바라는 일 술술 잘 풀리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새해 메시지를 보냈다.

보신각 주변에 모여 타종 행사에 동참한 시민들은 서로 덕담을 나누고서 가족의 건강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이르기까지 각자 새해 소망을 두 손 모아 빌었다.

대학생인 남자 친구와 함께 온 대입 수험생 박성휘(20)씨는 "새해 소망은 뭐니뭐니 해도 대학 진학이다. 남자친구가 다음달 군대에 가는데 그 전에 대학생 커플로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들 두 명을 데리고 나온 임향미(40)씨는 "작년에 국회의원들이 의견이 서로 다르다며 싸우는 모습을 너무 자주 봤다"며 "새해에는 정치인들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부인과 함께 종로를 찾은 김대원(56)씨는 "지난해에는 북한의 도발로 연평도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 올해는 남북한이 화해와 평화를 이뤄 온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보던 한양대 정보사회학전공 전성우(62) 교수도 "새해를 맞아 기쁘기도 하지만 신묘년에 우리나라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걱정이다. 특히 남북한 사이에 대화의 통로가 트이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원활한 타종행사를 위해 전날 오후 10시부터 이날 오전 2시까지 광화문∼종로2가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세종로와 종로, 우정국로 주변을 지나는 45개 노선의 시내버스를 임시로 우회 운행시켰다.

시내 지하철은 이날 오전 2시(종착역 도착 기준)까지 15∼30분 간격으로 운행했고 개인택시 부제는 오전 4시까지 해제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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