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한 사태'와 관련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기소한 것은 고객돈 횡령이라는 사안의 중대성과 '권력투쟁' 과정에서 대외신인도 하락이 초래된다는 점을 두루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가 대형 은행을 믿고 맡긴 고객의 돈을 경영진이 오랜 기간에 걸쳐 '자기 돈 쓰듯' 맘대로 사용한 것으로 죄질이 상당히 나쁘기 때문에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 문제를 둘러싼 은행측의 고소·고발로 수사가 시작됐지만 그 와중에 은행 경영권과 관련한 갈등이 불거지고 심각한 내분 사태로 번지면서 은행의 대외 신인도가 크게 실추됐고 주주와 고객들이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은 점도 이들의 사법처리를 불가피하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로써 지난 9월2일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한 지 118일 만에 4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신한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는 막을 내렸다.
당초 검찰은 금융기관 수장의 횡령ㆍ배임 등 '도덕적 해이'를 엄벌해야 한다고 보고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법원의 영장 발부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
검찰은 그동안 두 사람이 소환조사에 성실히 응해 도주 염려가 없고 100여일 동안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낮은 만큼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 전 회장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된 데에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의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과태료 부과 사안인데다 개인적으로 쓴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이 감안됐다.
검찰은 이들의 여러 혐의를 확정하기 위해 최근까지도 일본에 거주하는 신한은행의 재일동포 주주들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등 막판까지 사실관계 확인에 공을 들였다.
라 전 회장을 비롯한 이른바 '신한 빅3'에 대해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각종 의혹이 쏟아졌지만 검찰은 근거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내리고 핵심 임직원들의 횡령과 배임 혐의를 확인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핵심 인물들의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검찰이 4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정리하고 해를 넘기기 전에 종결한 것은 불필요하게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을 피하고 금융기관의 자정 기능을 존중하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신한은행 측이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 차질이 빚어지는 점을 감안, 최대한 서둘러 매듭지은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은행 측은 이 같은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이사회 때 '빅3'의 등기이사 유지 여부 등을 포함해 은행 지배구조 전반에 관한 개혁 작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