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집권 4년차를 맞이하는 이명박 정부가 레임덕 없이 국정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까지 다 채우고 일하고 떠나겠다"며 레임덕은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수시로 밝혔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역대 정부와는 양상이 다르다"며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지지율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사태 이후에 다소 흔들렸고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40%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3년차 대통령의 지지율은 20∼30% 초반이었다.
가족이나 측근에서 비롯되는 권력형 스캔들이 아직 없어 이른바 `3년차 징크스'를 보인 역대 정권과 다를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 스스로 거액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만큼 재임 동안 이러한 스캔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처럼 레임덕을 막기 위한 차기 주자의 관리나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은 없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참모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내년도 업무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른 해보다 빨리 통과된 새해 예산안을 바탕으로 14∼30일 내년도 업무보고를 모두 마치도록 했다.
성장 기반 확충과 서민복지 향상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의 정책을 속도감 있게 집행함으로써 시간 낭비를 줄이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내년에도 친서민정책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한 참모는 "내년부터는 새 과제를 개발하기 보다는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의 진척상황을 점검하고 수확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올해와 변함없이 친서민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으로는 올해 아세안과 `전략적 동맹관계'로 협력 단계를 한 단계 높인 만큼 `신(新)아시안' 정책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와 방위산업 계약 등 국익을 창출하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집권 4년차를 맞아 국회와의 협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여의도 정치를 지양하겠다'는 견해를 자주 밝힌 바 있는 이 대통령 국회와 소통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청와대 한 참모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문에 잠시 주춤했지만 사실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 이후 모든 비서실이 정무비서실처럼 일하자는 분위기였다"면서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국회와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정상회의 이후 마련될 새로운 경제 질서와 친서민을 필두로 한 공정사회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국회에 협력을 구함으로써 권력누수 가능성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앞으로 총선.대선과 같은 정치일정과 맞물려 레임덕의 시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내년에는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기 때문에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참패하면서 레임덕에 빠져든 노무현 정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청와대 참모진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제19대 총선이 2011년 4월이고, 일반적으로 5∼6개월 전에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10월부터는 여권내 권력 투쟁이 본격화할 소지가 크다.
차기 대권 주자의 움직임도 관건이다.
벌써 여권내 유력한 차기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대선 출정식에 버금가는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대선 캠프 역할을 할 조직을 출범시켰다.
정몽준 전 대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조직을 풀가동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이재오 특임장관 등 잠룡들까지 가세할 경우 정국이 대선국면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러온 야당의 반발이나, 이른바 `형님 예산'에 대한 논란으로 여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인 사찰 의혹과 특정 비선조직이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의혹도 현재 잠복해 있을 뿐 언제든지 수면으로 불거질 수 있다.
또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도발 발생 이후 현 정권이 보여준 처리 능력에 대해 진보나 보수 진영 모두 불만인 상황이어서 레임덕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금융 분야에서 미소금융의 필요성 등을 강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면 집권후반기 친서민으로 방향을 잡은 게 확실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공직기강이 해이해지면서 스캔들이 발생해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