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5천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등장할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롯데마트 '통큰치킨'을 둘러싼 파워게임의 승자는 적어도 겉으로는 없는 듯 합니다.
야심차게 판매를 시작했던 롯데마트는 통큰치킨 출시 나흘 만에 판매 중단을 선언하며 백기투항을 했으니 스스로를 승자라 부를 리 없을 것이고, 롯데마트에 맞서 골목상권을 지키려했던 영세 자영업자들과 대형 프랜차이즈업체 역시 통닭값 인하와 원가공개라는 반갑지 않은 소비자의 요구에 직면하게 됐으니 이들 역시, 승리를 만끽할 처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소비자도 싼값에 튀김닭을 먹을 수 있는 권리(선택권)를 박탈당했으니 역시 웃을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패자라는 소리인데요, 이는 마치 고스톱을 쳤는데, 돈을 잃은 사람만 있고, 딴 사람은 없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딴 돈을 남 몰래 주머니에 넣고, 속으로 웃고 있을 겁니다. 통큰치킨을 둘러싼 파워게임, 이 역시 승부인만큼 승자는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련한 KO승은 아닐지언정, 판정에서 근소한 우위를 보인 선수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롯데마트'가 그 승자가 아닐까 합니다.
롯데마트는 통큰치킨 판매를 시작하며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습니다. 소비자들이 값싼 가격에 질 좋은 튀김닭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어느 소비자가 여기에 반대하겠습니까? 시작부터 훌륭한 명분을 갖췄습니다.
그러나 동네 치킨집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5천 원이라는 가격은 골목상권 붕괴를 우려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최근들어 부쩍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해온 정부의 눈에도 곱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롯데마트는 통 크게도 나흘만에 판매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쫓기보다는 그야말로 '상생'을 위해 사업을 접겠다며 멋진(?) 퇴장을 했습니다. 게다가 판매 중단 이후에도 롯데마트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마트 피자는 그냥 두면서, 왜 롯데마트 통큰치킨만 못 팔게 하는가?'라는.
명분에 더해 롯데마트는 이번 논란으로 적지 않은 실리도 챙겼습니다. 이마트, 홈플러스에 이어 만년 3위인 롯데마트가 양사를 제치고 연일 신문의 머릿기사를 장식했으니 그 홍보효과만도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롯데마트가 의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기에는 감수해야 할 위험 부담이 너무 컸으니 말입니다. 그냥, 화투판에는 끼지도 않았으면서 괜히 옆에서 '누가누가 돈 딴 거 같다', '네가 땄으니 한 턱 쏴'라고 말하는 어느 구경꾼이 돼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