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눈앞에 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53) 위원장은 전교조 20년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조직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2008년 12월 이른바 일제고사 사태로 교육계가 시끄러웠을 때 당선된 그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 터져 한참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교사 시국선언 사태로 조직 본부가 사상 처음 압수수색을 당했고, 올해는 민주노동당 가입교사들에 대한 검찰수사와 징계, 조전혁 의원의 조합원 명단공개 등 메가톤급 사건이 잇따라 터져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달 말이면 2년 임기가 끝나는 정 위원장은 17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막막하고 암담했던 시절'이라는 짤막한 말로 임기를 돌아봤다.
그는 "현 정부 교육정책은 어떤 소통도 없었다.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추진되면서 교사도 국민도 혼란스러워했다. 전교조 탄압은 군사정권보다 더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대화하려 했지만 정부 채널은 늘 닫혀있었다는 게 내내 답답했던 이유라고 한다.
정 위원장은 "처음엔 전교조의 정체성이 외부에 왜곡돼 전달됐다. 또 교육현안에서는 우리 주장이 조직 이기주의라는 식으로 퍼져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전교조의 이런 주장에 교육 당국은 전교조가 실정법을 위반했거나 정부 정책을 무시한 데서 일련의 사태가 비롯됐다는 반론을 편다.
사실 정 위원장은 내부에서는 온건 성향의 참교육실천연대 출신이다.
취임 직전까지도 대정부 강경 투쟁에 다소 부정적이던 정 위원장 처지에서는 이유야 어찌 됐건 2년 내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게 씁쓸한 듯 보였다.
그래서 다음 집행부에는 정부와 대화를 통해 난제를 풀어갈 것을 주문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 기대를 생각한다면 결국 필요한 것은 대화다. 교과부도 행정조직이나 교장·교감 이야기가 아니라 100% 날것인 전교조 현장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차기 집행부는 대화를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조직 내부 의견과 외부의 대중여론을 조율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이를 `줄타기'에 빗대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교원평가다.
"찬성·반대를 분명히 주장할 수 있었다면 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의견이 조직논리가 될 순 없습니다. 조직의견을 여론으로 반영하고 이를 다시 왜곡된 (대중의) 여론과 조율하는 건 줄타기에 가까웠습니다."
전교조가 주장을 펴나가는 방식이 대중의 눈높이와 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일부 수긍하는 듯했다.
정 위원장은 "늘 고민되는 지점"이라면서 "조직 의견도 대중성을 지니기 때문에 (표현 방법이)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교조가 교원단체로서 본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봐달라고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단식할 때 빼곤 늘 정장을 갖춰 입었다. (집회에서) 조끼를 입거나 머리띠를 두른 적은 한 번도 없다. 국민정서에 근거해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수원 제일중학교 국어교사인 정 위원장은 내년 1월1일 학교로 돌아가 4년 만에 다시 교편을 잡는다.
그는 "고향집에 돌아가는 기분이다. 연말에는 두문불출하고 수업준비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