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선이 주로 경제부문 현지시찰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지금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군 부대나 시설을 돌아보고 군인들을 격려했다는 보도는 부담스럽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요.
대신 북한 언론은 경제 분야를 챙기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평양의 생필품 제조공장과 새로 건설된 백화점을 둘러봤다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 : 김정일 동지께서는 백화점의 내부와 외부를 오랜시간에 걸쳐 돌아보시면서 건설 정량과 상품진열 상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요해(이해)하셨습니다.]
이번 보도는 내용은 전형적인 김 위원장의 동정 설명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도 이런 근사한 백화점이 있다는 일종의 자기 과시가 목적인 것 같습니다.
화려한 색으로 진열대를 가득 메운 각양 각색의 식품과 생활용품들을 찍은 사진이 보시는 것처럼 짧은 간격으로 휙휙 넘어갑니다.
같은 날 방송된 평양 양말공장 시찰 보도를 보면 경제 살리기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좀 더 함축적인 신호를 읽을 수 있는데요.
지난 2002년 7.1 경제조치를 주도한 박봉주 전 내각총리가 복귀 이후 오랜만에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도한 겁니다.
사진에서 김 위원장 좌측에 서있는 사람이 박 전 총리인데요, 지금은 노동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7.1 경제조치는 국가기업에게 경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분배를 차등화해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한 조치인데요.
2007년에 당과 군이 박 전 총리가 자본주의 풍조를 도입해 사회를 어지럽혔다고 강하게 비판해서 지방의 섬유공장 지배인으로 좌천됐다가 최근 복귀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박 전 총리의 모습을 다시 등장시켰다는 것은 주민들로 하여금 아, 저 사람이 다시 나온 걸 보니 전처럼 뭔가 좀 풀리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주기 위한 거라는 분석인데요.
주민들 대부분은 가서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백화점과, 재탕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관료의 복귀가 뿌리깊은 불만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