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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샤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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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8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수능 샤프'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심이 너무 자주 부러져 시험에 지장을 줄 정도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희 회사에도 비슷한 제보가 몇 건 올라왔습니다. 논란이 처음 불거진 다음날 MBC 뉴스데스크가 '불량 샤프심 논란'으로 이 내용을 다뤘습니다. 이후 수능 샤프 제공 주체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조사에 나선다는 후속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미 보도된 내용을 똑같이 따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SBS는 아예 샤프와 심에 실제 문제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문제인지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① 심의 강도

강도 실험은 이번 수능 최종 입찰 대상에 들어가지 않은 대형 문구업체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제3의 연구기관을 통해 진행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객관적인 실험 데이터를 얻는 데에는 업체의 실험기구도 문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험엔 B사가 공급한 수능 샤프심(샤프 안에 들어있던)과 최종 입찰에서 떨어진 Y사의 HB 0.5mm짜리 심과 휨강도 측정기를 이용했습니다. 샤프를 거치대에 올려놓으면 기기가 심에 위아래로 힘을 가해 부러지는 순간의 힘(단위 뉴턴 N, 약 102그램의 힘)을 측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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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에 걸쳐 진행했는데 B사 수능 샤프심은 1차 1.09, 2차 1.28, 3차 1.11 뉴턴까지 버티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실험 때마다 수치가 들쭉날쭉 했습니다. 반면 최종 입찰에서 떨어진 Y사의 심은 3차례 모두 1.42 뉴턴까지 견디는 걸로 나왔습니다. 3차례 모두 수치도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1.11 뉴턴이라도 KS 규격에 미달한 것은 아닙니다. KS 규격은 0.68 뉴턴까지만 버티면 되게 돼 있습니다. 그래도 최종 입찰에서 떨어진 경쟁사의 심보다 수능 샤프심이 훨씬 약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② 심의 단면

이번엔 심의 단면을 천배 확대해 전자 현미경으로 분석해봤습니다. 역시 수능 샤프심과 일반 샤프심에 비해 확연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수능 샤프심에는 곳곳에 검게 나타는 구멍이 나타나, 마치 골다공증 환자의 뼈를 연상시킵니다. 일반 샤프심에도 구멍이 있지만 수능 심보다 훨씬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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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심은 보통 흑연과 각종 수지를 섞어 압축시킨 뒤 실처럼 뽑아냅니다. 그런데 흑연과 수지가 제대로 섞이지 않을 경우 심 조직에 구멍이 생기고 이는 조직력, 곧 심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③ 샤프의 구조

 복수의 문구 전문가들은, 심 보다 샤프 자체의 구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샤프 머리 쪽 심이 나오는 파이프의 규격이 KS 규격을 크게 웃돌아, 심이 단단히 고정되지 못하고 헐거운 상태가 된다는 겁니다. 심이 고정되지 못하고 흔들리니 쉽게 부러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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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도의 긴장 속에 시험을 치렀던 학생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던 걸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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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무는 의혹들>

① 왜 갑자기 중국산을 골랐을까

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8월초 B사의 샤프를 수능 샤프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7월초 평가원이 국내 샤프 업체들에 보낸 공문에는 "(입찰할) 샤프펜은 국산품이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B사의 중국산 샤프가 선정됐습니다. 국산품만 고르겠다는 계획을 뒤집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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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은 수능 직후 불량 샤프 논란이 일자, "현재 필기구를 포함해 단순 제조 공산품의 대부분이 중국 공장에서 제작하는 현실을 감안해, 국내 브랜드 제품 중 공장이 중국에 있는 경우에도 선정 가능 제품으로 간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입장에 따라 혜택을 보는 업체는 B사가 유일했습니다.

B사의 중국산 샤프는 올해 처음, 수능 샤프 입찰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펜 제대로 만들고, 지금까지 아무 탈 없는 제품을 만들어온 국내 업체들을 제치고 수능 샤프로 선정됐습니다. 입찰가가 최저라는 이유 만으로 말이죠.

② 석연찮은 평가 점수

취재팀은 심사위원 7명이 1차 심사에 응한 6개 회사 8개 제품에 매긴 채점표를 입수했습니다.

심사위원은 교육과정평가원 간부 2명과 교과부 공무원 1명, 교육청 장학사 3명, 고교 교감 1명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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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의 기능성과 편리성, 견고성, 디자인 4개 항목에 대해 점수를 매겨 1위부터 8위까지 순위를 매기는 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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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교롭게도, 평가원 간부 2명이 문제의 중국산 샤프에 1위 점수를 줍니다.

다른 2명은 이 제품에 5위를, 2명은 6위를, 1명은 2위를 줬는데 유독 평가원 직원 2명만 최고점을 준 겁니다.

여기에 힘입어 문제 제품은 총순위에서 3위를 기록해 최종 입찰에 턱걸이로 올라갑니다.

③ "선정 과정 조사는 필요없다"

논란이 일자 평가원장은 "시도별로 표본 학교를 선정해 수능 샤프 만족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능샤프를 일괄 지급하는 걸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샤프에 어떤 문제가 있던건지, 수험생들의 불만이 근거가 있는 것이었는지,

중국산 제품이 어떻게 버젓이 입찰에 응하고 선정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조사 계획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공공기관으로서 최저가 입찰제를 반드시 따르게 돼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저가 입찰제를 따랐느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입찰 과정, 심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필요해보입니다.

평가원이 스스로를 조사하는 것보다 제3의, 또는 상급 기관의 감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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