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해 한미연합훈련의 시작과 함께 연평도 부근에서 북한의 포성이 또다시 들려 현지 주민들이 혼비백산했다.
연평도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20명 남짓의 주민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하루하루의 생활에 지친 모습이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굴복할 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23일 포격에 텔레비전이 완전히 불에 타버린 50대 주민 황모씨는 "포격이 또 있을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살겠느냐. 어젯밤에도 한숨도 못 잤다"라고 걱정했다.
주민 박진구(51)씨도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참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정말 앞날이 걱정된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평도에서 멸치잡이를 하는 박철훈(56)씨는 "지금 이건 허장성세(虛張聲勢)다. (북 포격은) 절대 못한다"면서도 "혹시나 정말 전쟁이 나면 나도 총을 들고 나가서 군인들과 함께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각오를 보였다.
최철영 연평면 상황실장도 "지금 굴복할 수 없다"며 "북한의 무력시위 따위에 져서 주민이 떠나면 결국 무인도가 되는 것이다. 주민도 터전을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대피 소동에도 섬을 떠나지 않은 대부분의 주민은 차츰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불안이 가시지 않는지 "정신없어 죽겠다"라며 취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인천시 중구의 임시숙소인 인스파월드에 모여 있는 연평도 주민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TV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박춘옥(46.여)씨는 "연평도에서 군무원으로 근무 중인 남편이 너무 걱정된다"며 "아직도 눈을 감으면 포탄이 떨어지는 모습이 생생한데 주민 대피령이 또 내려졌다니 가슴이 벌렁벌렁하다"라고 말했다.
연달아 들려오는 연평도 소식에 서해 최북단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서해 한미연합훈련에 따른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진 않지만 긴장된 남북관계가 혹시라도 생업 등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백령도 어민 조만용(55)씨는 "예전처럼 마냥 편한 마음은 아니지만 연평도처럼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는 건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 씨는 "다만 천안함 사건 때는 육지에 있는 사람들이 안부만 묻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가족이나 지인들이 뉴스를 보고 마음을 졸이면서 빨리 섬을 나오라고 한다"라고 전했다.
장촌교회 이능섭 목사도 "연평도까지 한 2시간 거리는 되지만 아무래도 같은 서해 5도니까 여기서도 약간 긴장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하거나 동요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대청도에 사는 지형옥(58)씨는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북한이 혹시나 여기에 포를 쏘진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북한은 매번 위협하니까 그렇게 걱정할 문제는 아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지씨는 그러나 "마음이 편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다만 그런 일이 생기면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어민들이 출항이 통제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연평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