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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마냥 재미있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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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당거래'는 그 재미를 논하기에 앞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봐야 하는 영화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당거래'만큼 지금의 시대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영화도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류승완 감독의 전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짝패',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다찌마와 리' 등을 거론하면서 감독이 액션을 버리고 흥행을 택했다고 표현하지만 그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기존 영화들의 액션이 화려했던 건 사실이나 그만큼 감독의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 역시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짝패'를 보자. 우석훈 박사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극찬했듯이, '짝패'는 현재 지방의 권력과 자본이 어떻게 결탁하여 어떤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는지 가장 실감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

정부는 말도 안 되는 토목사업 등을 벌이며 경기활성화와 주민복지를 내세우지만, 정작 그 콩고물은 지역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토호 세력과 그에 기생하는 세력들에게 돌아가는 현실. 물론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지적한 영화는 적지 않지만, '짝패'가 돋보이는 것은 그 현실을 관객의 눈높이로 아주 쉽게 풀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졸렬한 현실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관객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감독 류승완. 과연 그가 영화 '부당거래'를 통해 투영하고자 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

영화 '부당거래'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인물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대물'의 주인공 하도야 검사였다. 당장 영화 속 검사 주양과 하도야 검사는 극과 극의 모습을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세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주양과 정의를 위해서 모든 걸 거는 하도야.

영화 속 검사 주양은 말 그대로 양아치이다. 그 어떤 위기에도 자신을 구원해주는 든든한 장인을 가지고 있는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초법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스폰서 기업인을 두고 수시로 접대를 받으며, 자신의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언론과 손을 잡아 사실 아닌 사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람이 죽든 말든 자신의 안위와 출세만이 전부인 검사 주양.

이에 반해 '대물'의 하도야 검사는 말 그대로 순진무구하고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검사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권력의 핵심부를 겨냥하여 사자후를 토해낼 수 있는 그는 우리 일반 국민들이 바라는 검사상 그 자체이다.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언제든지 헌신하는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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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극은 이 두 검사를 보면서 우리가 '대물'의 하도야 보다는 '부당거래'의 주양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한다는 사실이다. 참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참이라고 믿느냐는 것이다.

당장 우리의 현실을 둘러보자. 검사의 스폰서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 아니던가. 비록 특검은 이를 몇몇 검사의 개인적인 일로 축소시켰지만, 우리는 검사들이 수시로 술접대에 성접대까지 받아가며 자신들의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너무 쉽게, 많이 보아왔다.

그뿐인가. 그들은 비겁하기 짝이 없다. 최근 대포폰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들은 살아있는 권력에게 칼을 겨누기는커녕 오히려 그와 관련된 증거물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현실이 이럴진대 어찌 '부당거래'의 주양을 단순히 영화의 비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치부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주양은 현재 우리 시대가 이해하고 있는 일반적인 검사상일 것이다.

결국 영화 '부당거래'는 현재 우리 사회의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검찰, 경찰, 언론 등 권력의 주체들이 학연·혈연 등을 기반으로 하나의 카르텔을 형성하여 자신들의 이익과 출세를 위하여 서로 밀고 끌어당기는 추잡한 현실을 고발한다.

양아치 검사와 함께 진급을 위해 애꿎은 시민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경찰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경찰 대신 온갖 더러운 뒤치다꺼리를 다해주는 스폰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우리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온갖 추잡한 주체들이 서로의 권익을 위해 아귀다툼하는, 소위 착한 놈은 눈 씻고 보아도 찾아 볼 수 없는 현실.

그러나 문제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나의 마음이 영 개운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비리 경찰관과 스폰서는 죽은 반면 양아치 검사는 벌을 받지 않아서일까? 혹시 그들 모두 처벌을 받았다면 영화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영화의 뒷맛이 씁쓸했던 것은 결국 내 자신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마냥 정정당당할 수 없는 나의 현실. 그것이 날 부끄럽게 만든 것이다. 과연 우리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을 비난할 자격을 가지고 있을까?

물론 난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권력을 지니지도, 행사하지도 못하며,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발 디디고 서 있는 현실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상황과 같은 맥락으로 굴러가고 있으며, 나 역시 그 일부분으로서 일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각 개인들의 인연은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묶여져 있고, 거래처를 만나기 위해서는 으레 접대를 하거나 접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현실. 비록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작은 비리들이 판치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 아니던가.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놈 없다’라는 속담이 진리가 되어버린 사회.

우리는 비록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검사나 경찰, 기자들을 싸잡아서 욕하지만, 그 비난은 일정 부분 부러움을 내포한다. 결국 많은 이들이 머리 싸매고 고시에 매달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와 같은 권력을 누리고 싶기 위함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패배의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법칙은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명제 아니던가.

그뿐인가. 범인을 조작해서라도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영화 속 경찰의 모습은 우리 사회 전반적인 모습 그 자체이다. 우리는 경찰의 성과주의가 최근 고문·조작을 부활시켰다며 비판하지만,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행태는 경찰만이 아니라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결과 중심의 성과주의 패러다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한국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영화 '부당거래'는 결코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다. 비록 대본이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최고지만, 재미있기 전에 부끄러운, 그런 영화이다. 부디 더 많은 이들이 보고 우리의 저열한 현실을 인지하기를.

이희동 SBS U포터

http://ublog.sbs.co.kr/rcn60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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