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교통사고를 낸 뒤 장모와 친구를 차례로 대신 자수하게 한 20대가 검찰에 적발됐다.
23일 대전지검에 따르면 지난 6월 5일 새벽 2시께 대전시 서구 갈마동 갈마네거리 인근에서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던 채모(29)씨는 추돌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상대방 차에 타고 있던 A씨 등 2명이 크게 다쳤지만, 음주 교통사고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 상태였던 채 씨는 가중처벌이 두려워 그대로 현장을 떴다.
채 씨는 벤츠에 함께 탔던 친구 김모(30)씨와 아내, 차량의 소유주인 장모 이모(54)씨 등과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한 회의를 가진 뒤 결국 장모에게 "대신 자수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 씨는 경찰에 허위로 자수해 사위의 요청을 들어주는 한편, 보험사로부터는 수리비 등으로 9천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 씨를 수상하게 여긴 보험회사 직원이 아니었다면 채 씨의 범행은 운좋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보험회사 직원이 관할 경찰에 "운전자가 바뀐 것 같다"는 제보를 했고, 경찰의 재조사 결과 이 씨가 사고 당시 대전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는 휴대전화기지국 위치 추적 자료가 드러나면서 채 씨의 행각이 드러나는 듯했다.
그러나 채 씨는 이번에도 사고 당시 동승했으며 사고 경위를 잘 알고 있던 친구 김 씨를 시켜 대신 자수하도록 했고, 경찰은 김 씨를 진범으로 보고 뺑소니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경찰로부터 서류를 넘겨받은 검찰은 자세히 검토한 결과 김 씨가 실제 운전자가 아닐 수 있다고 판단해 조사를 벌였고, 김 씨의 접견 녹화 CD를 분석해 운전자를 다시 바꿔치기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김 씨와 이 씨 등 관련자들을 전부 재조사해 채 씨가 집행유예 기간에 운전자를 두 차례나 바꿔치기한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운전자 바꿔치기를 공모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재검토하고, 동승자의 동승 경위, 사고 경위를 집중적으로 재조사했다"며 "도주한 실제 운전자를 지명수배하고, 대신 자수한 채 씨의 장모와 친구 김 씨를 범인 도피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대전지검은 23일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채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하는 한편, 대신 자수한 채 씨의 장모 이 씨에 대해서는 범인도피와 보험사기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대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