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특히 낮시간에 TV를 틀어보면 보험, 대리운전 광고 다음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광고가 상조회사 광고 같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가족의 장례를 치러야 할 때 충격이나 슬픔보다도 만만치 않은 장례비용이 걱정입니다. 때문에 상조회사 가입고객은 주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이 대부분입니다. 연기금 관리의 기본이 투명한 기금 운용인 것처럼 상조회사도 고객들이 낸 상조회비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한다면 고객들의 믿음을 저버릴 텐데요.
업계 1위였던 보람상조 경영진이 상조회비를 유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순식간에 1위 자리를 빼앗겼던 게 올해 상반기입니다. 당시 업계 1위로 올라선 업체가 현대종합상조인데요.
검찰 수사결과 새로운 업계 1위업체도 고객돈을 마음대로 유용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31억 원의 상조회비를 빼돌려 해외에 부동산을 사는 데 쓰거나, 자녀들의 유학비용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131억 원은 장례대행업체를 자회사로 세운 뒤, 그 회사만 현대종합상조 고객들의 장례업무를 비싼 값에 독점적으로 계약할 수 있게 해주고, 있지도 않은 유령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장부를 꾸며 타냈습니다. 상조회사의 운영자금은 모두 고객들이 낸 상조회비에서 나오니까, 넉넉치 않은 형편에 고객들이 꼬박꼬박 낸 상조회비를 마음대로 유용한 셈이죠. 신뢰를 저버린 겁니다.
안 그래도 계약내용과 다른 장례서비스나 터무니 없는 금액 등 상조회사의 횡포로 인한 고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죠. 그래도 꾸준히 상조회사 가입고객들이 늘어난 것은 그런 문제들을 개선하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정착시켜왔기 때문인데요.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상조회사의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적인 취약성입니다. 가입고객이 아무리 많아도 실제 고객 중에 장례 서비를 이용하게 되는(가족이 죽는 경우가 생길 때) 확률은 3%도 되지 않습니다. 상조회비는 쌓여만 간다는 거죠. 그런데 상조업체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광고경쟁에 많은 돈들을 쏟아붓다 보니, 결국 피라미드 업계처럼 새로운 고객을 유치해 받는 상조회비로 광고비를 충당하게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되는 거죠.
이런 재정적 취약성이라는 문제가 서서히 곪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는 업계 수위업체들의 비리는 업계 전반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상조업계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문제입니다.
경제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늘 문제로 지적되는데요. 검찰의 기소내용이 아직 실체적 사실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법정에서 밝혀지는 진실에 대해서는 서민 고객들의 소중한 돈을 빼돌린 만큼,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합니다.
상조회비를 투명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공제조합을 만드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운용을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됐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업계 전반에서도 떨어지는 상조업체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