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대포폰 정국'의 돌파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대포폰 및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한 야권의 국정조사.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정치공세'라며 일정한 선을 긋고 있지만, 검찰 재수사를 놓고는 여권 내 불가론과 불가피론이 팽팽히 맞선 형국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검찰 재수사에 대해 "어려운 문제여서 좀 더 고민하겠다"고 답변을 유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와 친이(친이명박) 주류측의 '재수사 불가론'은 일단 재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야당의 잇단 폭로가 있었지만, 이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모두 확인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21일 "재수사든, 추가수사든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며 "다만 야당이 주장하는 내용은 범법 사실도, 새로운 사실도 아니라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 이면에는 검찰 재수사가 부를 파장, 즉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상황에서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 등에 대한 부담이 깔려있어 보인다.
의혹 자체가 청와대 개입 및 '윗선'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청와대를 겨냥한 야권의 파상 공세가 집중될 것이고, 나아가 범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설사 결백이 입증된다 하더라도 과거 김대중 정권 때의 옷로비 의혹 때처럼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주면서 현 정권의 내리막 행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여권 수뇌부가 지난 18일 오후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 잠정적으로 '검찰 재수사 불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2012년 치러질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다면 검찰 재수사 등으로 이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야당은 어떤 식으로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고,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사건이 종결될 경우 그 여파는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의 패배로 직결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한 소장파 의원은 "청와대를 비롯한 일부 여권 인사들이 총력 방어전을 펼치고 있지만 그렇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전략적으로 판단, 이 문제를 매듭짓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총선을 1년 반 앞둔 만큼 선거를 의식한 의원들의 '검찰 재수사'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수도권 출신 의원은 "대세는 재수사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최소한 박영준-이영호 라인의 처벌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권 내에서는 모종의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야간 극한 충돌로 예산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로 인해 국민의 시선이 대포폰 및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집중될 경우 여권 차원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이번주부터 개최되는 데다, 현재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친박(친박근혜)계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검찰 재수사 기류는 변할 수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검찰로서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보강수사가 됐든, 추가수사가 됐든, 특임검사를 통한 수사를 하든 어떤 식의 출구전략이 모색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