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만큼 재미있는 세계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대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소설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이재익(35) SBS PD가 22일 출간하는 여섯번째 책 '압구정 소년들'을 통해 연예계의 어둡고 추악한 면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2001년부터 SBS 라디오 PD로 근무 중이고 현재는 SBS파워FM 최고 인기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를 연출하고 있는 그가 비록 허구의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었지만 연예계의 치부를 건드렸다는 점은 분명 흥미를 끈다.
이 PD는 지난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금껏 연예계를 다룬 소설들은 연예계 밖에 있는 사람들이 썼다. 그러다보니 디테일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연예계는 정말 재미있는 세계라 소설의 소재로 매력적이고 10년째 연예계에 몸담은 내가 쓴다면 잘 쓸 수 있으니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아이돌 가수 출신 톱 여배우의 자살로 시작해 그녀의 타살 의혹, 정략결혼,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비리와 아이돌 스타들을 둘러싼 추문, 각종 로비, 조폭과의 결탁 등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계의 이면과 어둠을 손에 잡힐 듯 그렸다.
그래서 흥미롭지만 이 PD로서는 자칫 자기 얼굴에 침 뱉기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연예계 로비 같은 것은 아예 없다고 할 수 없지 않나. 실제로 뉴스에도 종종 보도되는 사건도 있고. 그런 점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간 쉬쉬하던 것들도 이제는 좀 편하게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비리나 추문을 다뤘지만 그렇다고 실제의 사건을 다룬 것은 아닙니다. 또 연예계가 실제로 다 어두운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소수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당당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실컷 사건을 벌렸다가 마지막에 수습하느라 혼나긴 했습니다. 연예계에 몸을 담고 있기에 이 소설을 시작했고 나름대로 충분히 묘사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결말에서만큼은 잘 해결해야 하는 게 PD로서의 제 한계였습니다.(웃음)"
그는 고(故) 최진실의 자살 사건에서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우리의 별이었다가 하늘의 별이 된 그를 향한 그리움이 이 책을 쓰는 데 많은 보탬이 됐습니다."
'압구정 소년들'은 연예계의 생리와 함께 다른 한 축에서는 1990년대 초반 부유한 압구정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사회의 특권층이 된 '강남 키드'들의 성장통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압구정고-서울대 영문과 출신이자 고교시절 밴드활동을 한 이 PD가 자신의 경험을 상당부분 녹여낸 것으로, 제목 '압구정동 소년들'은 주인공이 고교 동창들과 결성했던 밴드의 이름이다.
"제가 학창시절을 보낸 1990년대의 압구정동 풍경을 꼭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성장소설이라고 일컫는 책들은 많지만 그 배경으로 강남이라는 지역은 오히려 소외됐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자란 아이들에게는 소설에 담을 만큼의 성장통이 없는 것처럼 보인 탓일까요?"
지난 8월31일 소설집 '카시오페아 공주'를 낸 그는 불과 두달 여 만에 또다시 작품을 내며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
"제 유일한 장점이 부지런함입니다.(웃음) 앞으로도 계속 부지런히 글을 쓰려고 합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