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G20 서울 정상회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서 G20 준비상황에 대한 보도를 비평한 적이 있습니다. 앞선 비평에서는 G20 행사에 대한 띄워주기 식 보도와 긍정적 예측 일색의 보도에 대해서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의 이러한 태도는 행사가 끝난 이후 성과들에 대한 평가 보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우리 언론은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SBS의 보도도 마찬가지로 G20의 성과들을 구체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 11월 12일 8시뉴스는 회담의 성과로 환율문제 해결 가능성과 글로벌 금융 안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율문제의 경우 본래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피하려 했던 주제였고, 그 방안 역시 우리 언론의 평가와 달리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SBS 8시 뉴스는 이날 첫 소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환율문제 합의에 대한 성공적인 평가를 다룸으로써 그 의미를 중요하게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소식에서 바로 "환율문제 해법이 기대 이상이지만 구속력이 없는 조치여서 앞으로가 문제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보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좀 더 냉정한 입장에서 볼 때 그 한계를 제시할 필요가 있었고. 아울러,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외신의 평가도 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물론 세 번째 소식에서 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설정하고자 한 의제가 실질적으로 구현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다음 소식에서 국 제갈등의 중재자로서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는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편 SBS 뉴스는 회담의 내용뿐만 아니라 행사 진행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11일 보도에서는 G20 반대집회가 있었지만, 큰 충돌이 없었다고 보도하고, 12일에도 성공적 행사와 이를 가능케 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이나 정부의 통제 정책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제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5만 명의 경호 인력이 동원되어 철통경비나 이중, 삼중의 철저한 보안 검색, 얼굴 인식 장비 등 첨단 경비 장치, 상가에 대한 폭발물 점검과 봉인으로 인한 규제 등은 자율의 측면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11일 보도에서 지하철이 정차하지 않아서 장사에 타격을 입은 시민의 불만을 자발적 참여의 결과로 보도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으로 굳이 그렇게까지 보도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G20에 대한 세계인들의 평가가 다르듯이 우리 국민들의 평가 역시 다를 수 있습니다. 언론은 이들 다양한 시각들을 균형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한 방식의 보도가 오히려 이번 G20 정상회의에 대한 보다 더 건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일방적인 긍정보도는 G20에 대한 적확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우를 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G20 서울 정상회의가 마무리되는 동시에 아시안 게임이 개막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스포츠행사들에 대한 보도는 민족주의적 정서를 드러내기도 하고, 금메달 중심의 성과 지상주의 관점을 드러내기도 해서 많은 문제들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지난 12일에는 G20과 아시안 게임 등 국제행사 관련 보도가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다뤄졌습니다. 우선 이런 국제행사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우리 사회의 실제적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특히 앞으로 11월 27일까지 진행될 아시안게임 결과 보도는 그 빈도뿐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객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SBS 뉴스의 보도 유형을 보면 기존의 스포츠 중계 보도가 가지는 문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우선 국제 스포츠 경기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배금주의와 성과 지상주의를 들 수 있습니다. 12일 보도에서 "우리 선수단이 4회 연속 2위 수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첫 금메달은 사격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앵커의 지적은 아시안 게임과 관련된 핵심 초점이 무엇인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어 13일 SBS 창사 20주년 특집 8시뉴스에서 그 첫 소식으로 아시안 게임 금메달 소식을 다룬 것은 뉴스 아이템의 연성화 경향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물론 국민들의 관심이 아시안 게임에 쏠려있다고는 하지만, 가장 기념적인 날 뉴스에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을 의제로 설정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 "태극전사들의 본격적인 질주가 시작됐다. 유도에서는 첫날부터 금메달 3개가 나왔다."는 식의 보도는 배금주의는 물론 민족주의적 정서까지 드러내고 있어서, 아시안 게임 성과에 따른 국민적 자긍심이라는 민족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높습니다. 한편 이런 보도는 경쟁 상황에 대한 강조를 통해 금메달이라는 성과만을 더욱 극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13일 첫 사격 금메달 보도에서는 홈팀 중국을 꺾고 거둔 우승이어서 더 감격적이었다고 평가했고, 14일 보도에서도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라이벌인 중국의 순양과 장린을 따돌리며 금메달을 딴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한편 15일 보도에서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우리 사격 선수들이 금메달을 그야말로 쓸어담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사격에서만 금메달 10개 이상이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동안 아시안 게임을 준비해온 선수들의 노력과 땀은 인정해줘야 하고 값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금메달 획득이나 우승에 집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제 스포츠의 결과 보도는 금메달에 집중하고 '승리'를 신화적으로 구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승리에 집착하면서 그것을 민족적 자긍심과 연계시키는 경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번 아시안 게임 보도에서는 과거와 같이 지나칠 정도로 민족적 자긍심을 근간으로 '자민족중심주의'를 고취시키는 식의 보도방식은 피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