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이착륙조차 막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 시험 때문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출제위원들이 문항 출제를 위해 `감금'돼 있는 합숙장소다.
1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시험에 투입된 시험 출제 및 검토위원, 보안요원 등 관련 인원은 총 65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한 달 전인 지난달 18일 지방의 모 콘도미니엄으로 들어가 시험출제 과정에 참여한 뒤 수능 마지막 교시가 끝나는 이날 오후 6시5분 31박32일 간의 합숙 생활을 마치게 된다.
국가적 관심이 집중되는 시험인만큼 출제위원들은 보안을 위해 철저한 통제와 감시 속에 한 달을 보내야 한다.
전화나 이메일, 편지, 팩스, 인터넷 등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을 일체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기본이고 가족과 사소한 안부를 주고받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출제위원 중 한 명이 출제기간에 부친상을 당했으나 보안요원을 대동하고 빈소에 잠깐 들러 분향만 하고 돌아오는 등 상주로서의 역할마저 박탈당한 경우도 있었다.
합숙소 안에서 사용한 종이, 휴지 등은 한 조각도 외부로 반출되지 않으며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를 외부에 버릴 때도 보안요원이 고무장갑을 끼고 음식물을 휘휘 저어 수상한 쪽지 하나라도 그 속에 들어있지는 않은지 일일이 검사할 정도다.
콘도 건물 자체도 외부와 격리하기 위해 건물 주변을 빙 둘러싼 담을 임시로 쌓아 놓고 `내부 수리중'이라는 표지판을 내걸어 그 안에서 수능출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건물 내부에서도 출제위원들이 각 방에 딸린 발코니나 창 밖으로는 나갈 수 없게 방충망을 쳐 철저히 봉쇄한다.
이렇듯 감옥이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견뎌야 하는 것도 출제위원들에겐 고통이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출제 자체의 어려움이다.
실제 출제위원들은 자신이 낸 문항에 오류가 없는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치거나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등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평가원의 설명이다.
이 대가로 출제위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하루 30만원. 32일이면 거의 1천만원에 가까운 거금이지만 워낙 그 과정이 힘들어 출제위원을 섭외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평가원 관계자는 "그런 생활을 견디며 출제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 매년 애를 먹는다"며 "보안상 출제위원으로 위촉된 경력을 외부에 알려서도 안되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국가적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