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였던 현대건설의 인수가 4000억 원 차이로 현대그룹의 품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의 인수에 사력을 다했던 경쟁자인 현대차 컨소시엄은 망연자실한 반면 현대그룹은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렇지만 언론에선 벌써부터 현대그룹을 일컬어 '승자의 저주' 운운이란 애드벌룬을 띄우는 기색이 역력하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예컨대 M&A 또는 법원 경매 등의 공개 입찰 때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는 하였지만, 정작 이를 위하여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의 종합석유회사인 애틀랜틱 리치필드사에서 근무한 카펜과 클랩, 캠벨 등 세 명의 엔지니어가 1971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되었고 미국의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1992년 발간한 '승자의 저주'라는 책을 통하여 이 용어는 더욱 널리 알려졌다고 전해진다. 한데 그동안 우리는 이 같은 '승자의 저주'를 드문드문 보아온 게 사실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덩치가 큰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과도한 차입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게 그 예이다. 또한 유진그룹은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이랜드 그룹은 역시도 까르푸(홈플러스가 후에 인수)의 인수 뒤에 곤혹을 치른바 있다. 여하튼 재력이 가능하였기에 현대건설을 인수했을 터인 현대그룹은 그러나 같은 현대가(家)인 현대차 그룹(컨소시엄)과의 앞으로 관계설정에 있어 적잖이 운신의 폭이 좁아들지는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하튼 엄청난 금액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하느라 사활을 걸었던 두 그룹의 경우를 보자니 새삼 그렇게 돈만 있는 사람과 돈만 없는 사람의 경우가 떠오르게 된다. '돈만 있는 사람'은 왠지 그렇게 수전노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아울러 돈만 많을 따름이지 실제론 친구도 없고 가족들과도 원수처럼 지낼 것 같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반면 '돈만 없는 사람'은 돈만 빼 놓곤 다 있는 축에 든다는 느낌이다. 즉 건강한 신체에 더하여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믿음까지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 말이다. 돈이라는 건 사업에선 반드시(!), 또한 소시민의 삶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부모의 유산을 서로 더 가지려는 가족과 친척들 간의 드잡이처럼 꼴불견은 다시없음이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의 인수가 언론의 예측처럼 '승자의 저주'가 될 지 안 될지는 알 바 아니다. 다만 두 그룹은 한 뿌리에서 나왔으니,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돕고 상생해야 국민적 신임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홍경석 SBS U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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