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종료되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진보 진영의 대규모 도심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와 확연히 비교되는 것은 물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국제회의가 개최되면 어김없이 나타난 과격시위가 사라진 모습이다.
그동안 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대부분 국제 행사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노동ㆍ환경 단체들의 시위는 과격ㆍ폭력 양상으로 흘렀다.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차 G20 회의에서는 시위대가 도심에서 은행에 난입하는 등 과격 양상을 보이면서 경찰과 충돌해 1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
같은 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막한 제3차 G20 정상회의 때도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맞붙었고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과 지향성음향장비(음향대포)까지 등장했다.
올해 6월 제4차 캐나다 토론토 회의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위대가 경찰서와 순찰차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은행이나 다국적기업 매장을 습격했다.
외국의 G20 정상회의 사례뿐만 아니라 과거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200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당시 거리행진을 하던 시위대와 경찰이 크게 충돌했고, 2005년 11월 부산에서 개막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도 과격시위는 여전했다.
하지만, 이번 서울 행사 첫 날인 11일 오후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국내 80여개 진보단체에 외국인 활동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반대 집회에서 과격ㆍ폭력 시위는 없었다.
참가자들이 집회 후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했지만 예정된 장소에서 더는 나아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집회 자체도 예상 시간보다 일찍 끝났고 연행된 사람도 없었다.
잔뜩 긴장한 경찰이 물포나 최루액발사기 등 모든 시위진압 장비를 동원해 대비했지만, 이들 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불법·폭력 집회에 대한 엄정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평화적 시위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삼엄한 경호ㆍ경비 태세를 갖춰 불법ㆍ폭력 흐름을 사전에 차단한 결과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대규모 국제행사에 국민의 동참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반대 세력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럽이나 북미가 아닌 한국에서 행사가 열려 과격 시위를 주도해온 외국인이 대거 입국하지 못했고, 황사비가 내리고 강풍이 부는 등 외부 활동 여건이 안 좋았던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20대응민중행동'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경찰과 충돌 여부가 아니라 우리의 의사 표현을 얼마나 잘했느냐 하는 것이다. 집회나 행진은 의사 표현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일방적인 선전·홍보에 경찰의 사전 경고 등 악조건 속에서도 평일에 대규모 도심 집회와 행진을 열기 있게 마무리하면서 G20에 대한 비판과 규탄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