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함께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은 글로벌 경제현안에 대한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세계 각국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회의는 글로벌 재계의 거물급 인사 120명이 참석해 다양한 지구촌 경제현안을 놓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면서 재계의 유엔총회로 불릴 정도로 의미 있는 행사였다.
◇경제위기 극복에 민·관 공조체제 가동 =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제안해 처음으로 성사된 G20 비즈니스 서밋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에 실물경제를 이끄는 세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11일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서밋 개막총회에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경제를 살리는 주체는 기업이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재정건전성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부를 수 있는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보다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수요→소비→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때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막고 안정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비즈니스 서밋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민·관 공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계 경제계에 제시하는 성과를 얻었다.
오영호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집행위원장은 "이번 행사는 경제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틀을 짜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G20 공식 프로세스로 자리 잡나 = 이번 행사를 계기로 비즈니스 서밋이 G20 정상회의의 공식 프로세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비즈니스 서밋은 내년과 내후년 프랑스와 멕시코에서 잇달아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도 서울 행사와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현안에 관한 민·관 협력체제가 제도·정례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영호 위원장은 "비즈서밋에 참여한 여러 정상이 경제현안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가 G20 정상회의 의제를 토론하는 과정에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서밋은 G20 정상회의의 부대행사 격으로 마련됐지만, 실물경제를 이끄는 120명의 CEO들이 4개월여에 걸쳐 무역·투자, 금융,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4대 의제를 정해 집단토론을 통해 스스로 정책대안을 마련함으로써 경제활성화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기업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보호무역조치 복귀, 출구전략의 신중한 시행, 자본·무역 거래와 금융관련 규제 철폐, 일자리 창출, 녹색산업 지원 등 CEO들이 마련한 66개 항의 현장감 있는 정책건의안은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 이어 12일 G20 정상회의에 보고돼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결방안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각국 정상-CEO 머리 맞대고 경제현안 논의 =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 이 대통령을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 등 G20 정상 12명이 동석해 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경제현안을 토론한 것은 역사상 유례없는 장면으로 기록되게 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국내 기업총수와 CEO 15명이 글로벌 재계 리더와 함께 경제현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 것도 우리나라 경제계 위상을 한층 높이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120명의 CEO는 12개 소주제별로 각종 경제현안을 논의했는데, 그들의 권고안에는 2011년까지 도하개발라운드(DDR) 협상 타결을 위해 G20 정상들이 직접 개입해 보호무역주의를 적어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라고 촉구하는 등 재계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
이들은 재정 건전화 전략은 정부 지출 삭감을 중심으로 하되, 긴급한 재정 위기가 아니라면 세금 인상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산업 제반 분야에서 녹색 에너지 사용 비율을 점차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청년실업문제 해결과 개발도상국의 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공감을 넓힌 것도 이번 회의의 성과다.
이번 행사에서 CEO 간 비즈니스 미팅이 80여건 진행돼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자리를 제공한 것은 실질적인 성과로 꼽힌다.
◇합의사항 이행될까…실효성 미지수 =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서 마련한 66개의 권고안이 각국의 정책에 실제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강제성이 없어서 합의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와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야말로 '선언'에 머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오영호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건의안은 G20 정상회의 때 검토해 각국 정부 정책에 채택되고, 민·관 공동 부문과 기업 행동 계획은 회의가 끝나고 나서 분야별로 검토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비즈니스 서밋의 정례·제도화가 뿌리내리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애플 CEO 등 '글로벌 빅스타'의 불참으로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졌고, 첫 행사여서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