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후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9.28당대표자회부터 당창건65주년 기념일(10.10)까지 숨가쁘게 후계 공식화로 치닫다가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더니 11월 들어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는 분위기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권력서열의 '수직상승'이다.
9.28당대표자회 직후 '서열 6위'로 평가받던 김정은이 7일 발표된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당 정치국 상무위원, 국방위제1부위원장 겸직)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김정일 위원장 바로 다음 자리인 2위로 뛰어올랐다.
그 사흘 전 노동신문 4일자는 파격적인 편집으로 '김정은 후계 띄우기'의 신호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이 김정은과 함께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장을 시찰한 소식과 사진으로 전체 지면을 채웠는데, 평소 지면(6면)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 듯 발행면수를 10면으로 늘렸다.
조선중앙TV는 이날 같은 소식을 다루면서 사진을 무려 145장(인물 86장+시설물 59장)이나 내보냈다. 특히 인물 사진 중에는 김 위원장과 김정은이 함께 들어간 것이 13장, 김 위원장 없이 김정은한테 초점을 맞춘 것이 8장 포함돼 있었다.
하루 뒤인 5일에는 후계자 김정은을 대놓고 찬양한 글이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했다.
대남 기구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민족의 창창한 앞날을 보았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당창건기념일 열병식 분위기를 전하면서 "김정은 청년대장을 우러러 폭풍 같은 '만세' 환호성이 터져나오고 삽시에 감동과 충격, 기쁨과 격정으로 끓어번졌다"고 극찬한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의 유일한 대내외 영상매체인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띄우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일에는 김정은이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조명록 장례식장에 조문하는 장면이 이 TV 화면에 비쳤는데, 김정은을 지나칠 정도로 공손하게 대하는 유족들의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중앙TV는 또 김 위원장 부자가 지난달 8일 국립연극극장을 현지지도한 뒤 예술인 가정을 방문한 상황을 녹화해 한달 뒤인 이달 7일 공개하기도 했다. 이때 김정은은 아버지 김 위원장과 똑같이 한 손으로 술을 따라주는 동작을 보여 시선을 모았다.
중앙TV가 김 위원장과 김정은의 영상을 공개하는 템포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예를 들어 김 위원장 부자가 궈보슝(郭伯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면담하는 영상은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 중국군 열사묘에 헌화하는 장면은 닷새 후인 지난달 31일 각각 방영됐다.
북한이 이처럼 김정은 알리기에 `조급증'을 보이는 이유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정치외교학)는 "과거 김정일의 후계자 시절과 달리 김정은의 경우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일천해, 초기부터 TV 등 보도매체 노출을 대폭 늘려 확고한 후계자 이미지를 주민들에게 심으려는 것 같다"면서 "이처럼 후계구축에 속도를 내는 주목적도 권력투쟁이 벌어질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데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김정일의 후광을 입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강박관념에서 후계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일 수 있다"면서 "김정일도 살아 있을 때 후계 통치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