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가 확보한 임병석(49) C&그룹 회장의 비리 관련 녹취록에 임 회장이 위장 계열사인 광양예선 등에서 수십억 원을 횡령한 정황을 나타내는 구체적 진술이 담긴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이 녹취록 사본은 광양예선의 전 임원 정모(49)씨가 임 회장을 상대로 퇴직금 등 청구소송을 벌이던 지난해 말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수년간 임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낸 김모씨를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을 풀어쓴 것이다.
녹취록은 임 회장 등이 광양예선에서 횡령한 돈이 30억여 원에 달하고, 정씨는 임 회장이 시키는 대로 모처로 송금했을 뿐인데 도리어 횡령 혐의로 추궁을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진술 등을 담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정씨가 "D건설 건도 있고 V사 것까지 나는 자기들이 송금하라는 대로 시킨 죄밖에 없는데, 이제 와서 나보고 횡령했다고 하니, 경찰에 가서 다 얘기하면 밝혀지겠지만 너무 억울하다"고 말한 데 대해 김씨는 "계좌에서 계좌로 이동한 것들인데 논리가 안맞잖아요"라고 동조한다.
또 정씨가 "서해선박과 해룡13호를 T해운에 매각하며 10억 원 정도 뒤로 빼서 상계처리시켜주고, 대전에서 빌려온 돈 17억 원 갚고, 부회장 인척들 빚까지 한 30억 원은 되겠다"고 언급하자 김씨 역시 이에 수긍했다.
김씨는 "(임회장) 본인 입으로 (C&그룹이 아니고) '주식회사 C&'이고 내가 사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계열사 업무를 다 총괄을 했는데 임 회장 승인 없이 어떻게 그걸 진행을 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정씨는 "(회계장부상) 결손처리 된 부분도 자기(임 회장)가 돈을 안 갖다 썼으면 결손이 안났을 것을 하다 보니까 회계상으로 그렇게밖에 처리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영업비가 안 나가고 이쪽으로 돈이 안 빠져나갔으면 회사에 현금이 비지 않아 결손처리를 안 해도 됐을 것"이라며 장부에 잡히지 않고 쓰인 자금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녹취록 내용에 대해 C&그룹 측은 오히려 정씨가 20억~30억 원의 광양예선의 자금을 횡령하고 임 회장을 협박하기 위해 악의적인 녹취록을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C&그룹 임원 A씨는 "정씨가 C&그룹을 떠난 뒤 회계 검사를 해보니 32억 원이 결손됐다"며 "이 가운데 23억 원은 정씨가 횡령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고소했으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정씨는 이외에도 재직 중 선박 2척을 경쟁사에 헐값에 매도한 뒤 광양예선을 퇴직하고 그 경쟁사로 옮긴 사실이 드러나 우리 측에서 먼저 고소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검찰은 광양예선의 회계장부상 32억 원이 결손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계자로부터 소명자료를 받아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어 녹취록의 진위는 곧 판명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