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미국으로 폭탄 소포가 발송돼 전 세계에 테러 비상이 걸린 가운데 사우디 아라비아와 영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우디는 알-카에다가 항공화물을 이용해 테러를 기도하고 있다는 정보를 최초로 입수, 지난달 28일 미국, 영국, 아랍에미리트(UAE)에 긴급 전파함으로써 이번 테러를 저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우디 정보기관이 전달한 정보는 거의 사실로 확인돼 다음날인 29일 영국 이스트 미들랜즈공항과 UAE 두바이공항에서 폭약이 은폐된 소포가 각각 보안당국에 적발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압둘라 사우디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사우디 대 테러기관의 결정적 역할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2주 전에도 알-카에다가 유럽에서, 특히 프랑스에 대해 테러 공격을 감행할 위험성이 높다는 정보를 전파, 프랑스 정부로부터 감사의 뜻을 전달받았다.
사우디는 2001년 9.11 테러사건 당시 주범 19명 중 15명이 사우디 출신인 점 때문에 테러리스트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이후 국제 테러리즘 억제 정책에 적극 협력하면서 정보력을 강화해 왔다.
사우디는 2003년 알-카에다가 사우디 왕정을 타도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사우디 스스로 알-카에다의 타깃이 되자 대 테러기관의 역량 강화에 주력해 왔다.
특히 지난해 대 테러 책임자인 내무차관 모하메드 빈 나이프 왕자가 자폭 공격을 당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지는 등 테러 위협이 현실화되자 사우디는 서방 정보기관과 공조를 강화하며 첩보망을 확충했다.
두바이 근동걸프군사연구소의 시어도어 카라시크 연구원은 AFP통신을 통해 예멘에 본거지를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와 관련한 사우디 정보기관의 정보는 예멘 정부의 정보보다 더욱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국은 사우디로부터 결정적인 정보를 받고 공항에서 의심 화물을 발견하고도 초동 대응 미숙으로 10시간 가까이 폭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
폭탄 소포 첩보를 접한 영국은 지난달 29일 오전 3시30분(현지시각) 미들랜즈공항에 착륙한 UPS화물기의 화물을 검색, 작은 회로기판과 전선들이 붙어 있고 흰색 가루가 묻어 있던 의심화물 잉크 카트리지를 찾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조사를 담당했던 영국 레스터셔 경찰은 오전 10시께 폭약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결론내렸고 화물기는 다시 이륙 준비에 들어갔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곧바로 두바이공항에서 프린터 카트리지에 폭약이 은폐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영국 당국은 결국 다시 정밀 검색작업을 거친 끝에야 카트리지에 폭약이 숨겨져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번 사건에 사용된 폭약 PETN이 워낙 탐지가 쉽지 않은 성분의 폭약이어서 대 테러 전문기관이 아닌 레스터셔 경찰로서는 초기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항변할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국 경찰이 테러에 대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외국기관이 영국에 대한 위협 요인을 대신 규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증폭될 전망이라고 꼬집었다.
(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