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렇게 뻔뻔한 사람도 드물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43살 유모씨 이야기입니다.
유씨는 형, 형수 등 가족들과 인천에서 주유소를 운영합니다.
몫좋은 자리에 기름값도 싸다보니 손님도 많습니다.
다 좋은데 유씨 가족이 파는 기름은 모두 가짜였습니다.
결국 단속이 됐습니다.
사장이었던 유씨의 형이 구속이 되면서 잠시 주유소 문을 닫는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가 주유소 이름만 바꾸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명의는 유씨 형수로 바뀌었고요.
이런식으로 단속되길 4번, 다시 문 열기도 4번.
최근엔 대문짝만한 플래카드에 '정량정품 아닐 시 10억 배상해 드립니다'란 문구까지 써 넣고 장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또 가짜였습니다. 또 단속이 됐죠. 유씨가 잡혔습니다. 기가막히죠.
그런데 유씨의 다른 범행에 비하면 새발의 피입니다.
유씨는 시내 다른 주유소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방법은 '공갈 협박'. 정말 단순 무식한 수법을 썼습니다.
하도 막무가내 식이라 딱히 '수법'이라 부르기도 뭐 한 이들의 '수법'은 의외로 잘 통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유씨는 주유소 일을 돕는 이모씨와 함께 인천 시내의 주유소를 아무데나 마구잡이로 들어갔습니다.
손님인 척 가장해 기름을 넣고는 다음날 찾아가서 생떼를 썼습니다.
'당신네가 판 기름이 가짜라서 내 차가 고장났다!'며 드러누운거죠.
주유소 주인들은 황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짜 기름이라곤 구경도 한 적도 없는데 차값을 물어내라고 악을 쓰니 말입니다.
싸우기도 하고 경찰에 신고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날이면 날마다 찾아가 차 값 변상하라며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래도 잘 안통하면 품에서 '환경감시단체'라고 새겨진 명함을 꺼내들어 보였습니다.
자신이 환경감시단체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가짜기름 단속을 맡고 있는 '한국 석유품질관리원'을 잘 안다며, 단속반을 데리고 오겠다고 협박을 한겁니다. 물론 가짜 명함, 거짓말이었죠.
그런데 어찌 된 것이 유씨 일당은 실제로 '석유품질 관리원'의 단속반을 데리고 왔습니다.
일주일에 두세번 씩 넉달을 그렇게 괴롭혔습니다.
하도 자주 단속이 나오니 주위 시선도 안좋아졌습니다. 장사에도 지장도 있었습니다.
떳떳했던 주유소 주인들은 그래도 처음엔 당당했습니다.
하지만 유씨 일당의 집요함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었습니다.
단속반만 데리고 나온게 아니고, 하루가 머다하고 구청이며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이며 민원을 넣은겁니다.
슬슬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유사와의 계약문제였죠.
기름을 공급하는 대형 정유사측이 유래없는 민원접수에 주유소 주인에게 난색을 표한겁니다.
'이런식으로 자꾸 민원이 들어오면 기름이 정품이고 가짜고를 떠나 정유사 간판을 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SK, GS칼텍스 등 대형 정유사의 간판이 있는 주유소에 비해 개인 사업자가 하는 주유소는 매출이 반밖에 안된답니다. 여기에 주유소 주인들이 굴복한겁니다.
차 수리값으로 몇백만원을 내주게 됐고 '걸려 들었다'싶은 유씨 일당은 주기적으로 찾아가 돈을 갈취했습니다.
돈뿐이 아니었습니다. 차도 한대 받았고요, 치사하게 기름도 공짜로 가서 넣었습니다. 자신도 주유소를 하면서 말이죠.
이렇게 인천시내의 주유소 4곳이 유씨에게 당했고, 이 가운데 한명은 행패를 못견뎌 폐업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유씨 일당의 행패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돈만 빼앗는 것이 부족했는지, 자신들이 파는 가짜 기름을 이들 피해 주유소 사장들에게도 강매한겁니다.
참다 못한 피해자가 유씨 몰래 CCTV와 몰래카메라를 주유소에 설치해 모든 상황을 녹화했습니다.
결국 유씨일당은 경찰에 모두 붙잡혔습니다.
참 뻔뻔하고 못됐죠.
그런데 이 못된짓에 가장 큰 조력자가 돼 준 것은 바로 '한국 석유품질관리원' 단속반이었습니다.
유씨 일당은 국가기관인 '한국 석유품질관리원'을 등에 업고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던 것이었죠.
유씨일당은 마치 대장이라도 된 듯, 단속반을 이 주유소 저 주유소 데리고 다니며 피해자들을 괴롭혔습니다.
단속반과 유씨의 이런 유착관계가 가능했던 것은, 과도한 실적 경쟁과 안일한 '행정편리주의'때문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습니다.
즉, 이번에 문제가 된 석유품질관리원 단속반 입장에선, 단속실적 경쟁에 따른 부담이 있던 차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그럴듯한 제보를 떡떡 물어다 주는 유씨 일당이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였던 것이죠.
유씨 일당, 정말 뻔뻔하고 못됐죠.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공정사회'를 지향하지 못하고 '불공정 단속행위'를 한 단속반의 행태 때문에 선량한 시민들이 사지로 내몰렸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