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에게 취재 영역은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만, 경험상 주로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을 취재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쁜 사람들(?) 취재를 하면서 화가 날 때가,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람들 취재를 할 때 입니다.
장애인단체 간부가 장애인들의 돈을 떼 먹은 이번 사건을 취재할 때도 그랬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해 공공근로사업을 하는 것처럼 속여 구청으로부터 억대의 지원금을 받아 챙긴 장애인협회 간부들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붙잡힌 장애인협회장은 누구보다 장애인들의 처지를 잘 아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처지를 잘 알기에 이를 악용하기도 쉬웠던 것이지요.
** 공공근로 사업
경제위기 등으로 인한 고실업 시기에 대량으로 발생한 저소득 실업자들에게 국가 및 정부가 한시적으로 공공분야에서의 일자리를 마련하여 사회안전망밖에 있는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줌으로써 실업자를 구제하고자 하는 실업대책 사업의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경제위기 이후 대량실업사태가 발생하자 정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근로사업을 시행하여 저소득 실업자의 생계를 보호하게 됨.
공공근로로 1명이 한달에 받을 수 있는 돈은 80여 만원.
광진구 지체장애인단체 전 회장 고모씨는 지난 2007년 서울 광진구청에 '장애인 무료급식 사업을 한다'는 사업계획서를 냈습니다.
구청에서는 특별한 확인 절차없이 공공근로 인력을 배치했습니다.
본래 공공근로는 구청에서 인력을 관리하고 배치해야하지만, 장애인단체 특수성을 고려해 관리를 단체에 위임했던 것이지요.
서울 구의동에 있는 한 지체장애인회관 작업장에서 일하던 지적 장애인 32살 김모씨는 최근에야 자신이 공공근로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씨는 이 단체 간부를 따라 은행에 가서 이유도 모른채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통장은 협회 간부가 가져갔고, 김씨의 말을 들은 김씨 어머니가 따져 묻고나서야 김씨 명의로 협회간부가 공공근로 급여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됐지요.
이들은 이런 식으로 명의를 빌려 공공근로 급여 1억 4천여 만원을 챙겼습니다. 서울시 공공근로 예산이 이렇게 새 나갔던 것이지요.
이들이 공공근로 사업은 하지도 않으면서 인건비를 받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 단체와의 마찰을 꺼린 관할구청의 관리 소홀도 한 몫 했습니다. 만약 제대로 제도를 운영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앞서 적었듯 인력배치는 구청에서 해야하고, 공공근로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감독자를 파견해야 하니까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청은 감독관을 단 한번도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광진구청의 문제로 끝났습니다만, 경찰은 다른 구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공공근로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어려울수록 서로 돕지는 못할 망정 힘없다고 이를 악용한 장애인협회 간부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수 없었습니다. 이런 일부 나쁜 단체장들로 인해 다수의 단체까지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