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뷔통의 모회사인 LVMH가 프랑스 전통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의 지분을 매집했다고 해서 시끄럽습니다.
LVMH는 지난 주말 장기보유의 목적으로 에르메스의 지분 17.1%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일단 5%이상 지분을 취득할 경우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하는데 17%를 확보하고 나서야 공표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에르메스의 정관에는 0.5% 이상을 보유할 경우 공표하게 돼 있습니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명품 브랜드 인수합병의 전문인 LVMH의 수장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가 이런 규정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그 이유에 더 관심이 가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에르메스의 브랜드 이미지가 루이뷔통이나 다른 명품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줬다는 것입니다.
LVMH는 루이뷔통(LV)과 샴페인 업체 모에 에 샹동(Moet et Chandon), 꼬냑 업체 에네시(Henessy)의 앞 글자를 딴 것인데, 그 외에도 지방시, 겐조, 겔랑 뿐 아니라 화장품 전문 유통업체인 세포라를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명품 브랜드입니다. 그 다양한 브랜드들을 보면 베르나르 아르노의 기업사냥 여정이 잘 드러납니다.
LVMH가 에르메스의 지분 17.1%를 인수해 2대 주주가 되자 세인들의 관심은 적대적 인수합병 여부에 모아졌습니다. 주말에 지분 매집이 발표되고 월요일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에르메스의 주가가 15%나 급등하기도 했죠.
그러나 LVMH는 곧바로 장기 투자 목적의 보유라며 적대적 인수 가능성을 부인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적대적 인수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에르메스는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5대와 6대에 걸친 후손들 60여명이 전체 지분의 72%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후손들의 동의 없이는 절대 지분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르메스는 1993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합자회사'로 성격을 바꾸는데, 이렇게 되면 지분을 아무리 많이 매집해도 경영권은 확보할 수 없습니다(현재 타이어회사인 미셰린 Michelin과 출판, 방위산업 그룹인 라가르데르 Lagardere가 이런 합작회사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는 왜 에르메스 지분을 매집한 것일까요? LVMH가 거느린 브랜드가 명품이라고는 하지만 에르메스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프랑스사람들 사이에서 명품이라고 할 때, 분야는 다르지만 에르메스와 까르티에(Cartier)를 최고로 치고 그 아래로 샤넬, 그리고 또 그 아래에 루이뷔통이 자리합니다.
세계 최대 브랜드 그룹인 LVMH가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를 탐낼만 하죠.
더구나 1978년부터 에르메스 가문의 5대손을 대표했던 장-루이 뒤마가 지난 5월 숨지고, 6대손의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경영진을 찾고 있는 등 에르메스가 변혁기를 맞고 있는 시점이어서 명품 브랜드 사냥꾼 베르나르 아르노의 움직임이 더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