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프랑스 파업에 대한 이해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프랑스 파업이 한국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물론 대중교통 수단이 멈추고, 고등학생들까지 길거리로 나서는가 하면, 정유공장 폐쇄로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지는 등 프랑스 사회 전체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관심이 갈만도 하죠. 게다가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정년연장 반대’를 내세우고 있으니까요. 여론조사를 해봐도 60~70%의 프랑스 국민들이 파업에 동조한다는 결과가 나오니 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프랑스 파업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우리 상식과 다른 프랑스의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정년 연장’의 문제입니다. 우리의 경우 기업들은 정년 단축을 원하고 직장인들은 정년이 늘어나길 원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춰진 프랑스는 다릅니다. 현재 법정 퇴직 연령이 60세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그 전에 퇴직합니다. 연금 납입 기간(민간 40년, 공공부문 37.5년)만 채우면 조기 퇴직을 하는데, 평균 퇴직 연령이 58.7세이고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경우 평균 57.5세에 퇴직합니다.

그렇게 일찍 퇴직해서 어쩌느냐고요? 프랑스 직장인들이 꿈꾸는 정년은 파리 시내나 근교에 집을 사서 임대를 주고, 자신은 전원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임대수익과 매달 평균 1,500유로 정도의 연금으로 노년을 편안히 보낼 수 있기 때문이죠. 맞벌이였다면 넉넉한 연금으로 해외여행도 가능합니다. 수십 년 동안 이런 노후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갑자기 2년을 더 일하라고 한다면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문제는 연금 재정의 적자입니다. 올해만 300억 유로(46조원)로 예상되고 해마다 늘어나면서 후손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서로 다른 겁니다. 정부는 연금 수혜자들이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노동계는 정부가 세금만 제대로 걷어도 충분히 적자를 메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계산상 세금으로 적자를 다 메우지는 못한다는 것을 양측이 다 알고는 있지만, 정부도 할 말이 없는 것은 로레알 그룹의 소유주 베탕쿠르 스캔들 때문입니다. 2007년 대선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세금 방패법’(세금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을 도입해 로레알 그룹에만 지난해 3,000만 유로의 세금을 돌려줬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세금을 돌려줬던 주무장관(에릭 뵈르트)이 지금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주무장관이고, 그 장관의 부인은 당시 베탕쿠르 여사의 회계책임자로 각종 탈세를 자문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게다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베탕쿠르 여사의 장학생이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고통분담을 통한 연금개혁’의 명분이 약해지고 세금 얘기만 나오면 정부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입니다.

광고
광고 영역

그렇기 때문에 결국 노동계의 연금개혁에 대한 반발의 핵심은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거리로 뛰쳐나온 고등학생들의 경우도 정부는 ‘미래의 직장인인 너희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금제도를 개혁하자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청년 실업률이 30% 가까운 상황에서, 현재 직장인들의 근무 기간을 늘이면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연금개혁이 현정부에 대한 평가와 연결되다 보니, 노동계 파업에 대한 지지율이 매체에 따라 다르지만 60%~70%까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나도 언젠가는 파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남이 하는 파업을 받아들인다’는 관용일 수도 있겠지만, 그 기본은 현정부에 대한 불신입니다.

그렇다면 60%~70%나 되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연금개혁을 사르코지 대통령은 왜 굳이 추진하려고 할까요? 2012년 대선을 위한 계산입니다. 확고하게 자신을 지지하는 30%를 끌어안고 가야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어차피 지금 길거리에 나선 사람들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사르코지를 찍을 사람들이 아닌데, 만약 노동계의 파업에 굴복할 경우 확고한 30%에서 이탈표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죠. 프랑스 대선은 결선투표제(상위 두 명이 2차 투표를 해서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당선되는 시스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투표율에 따라 변수가 있기는 하겠지만 확고한 지지세력 30%이 있으면 승산이 높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상·하원 합동 심의를 앞두고 있는 연금개혁안과 대규모 집회가 또 예정돼 있는 노동계의 파업은 어찌될까요? 모든 행보를 2012년 대선에서의 재선에 맞추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노동계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끝까지 밀어 부쳐 ‘사생결단’의 상황으로 몰아갈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타협안을 받아들일 것인지...현재까지는, 전자의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