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의 한 공장에서 2006년 이전에 만들어진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구리 괴로 만든 뒤 이를 두 배나 비싼 값에 팔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막연히 '구리 값이 비싸니 동전을 녹이면 돈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경찰과 동행 취재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현장의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놀라웠습니다.
공장 한 쪽에 위치한 전기로에서는 이미 10원짜리 동전 수만 개가 녹고 있었고, 다른 쪽에는 10kg이 넘는 구리 뭉치들이 수백 개나 쌓여 있었습니다.
단속 당시 현장에 있던 구리 괴는 3백 개 정도. 무게만도 3톤이나 됐습니다.
10kg짜리 구리 괴 한 개를 만들려면 10원짜리 동전 2천 5백 개를 녹여야 한다고 하니, 현장에 있던 구리 괴를 만드는 데만도 10원짜리 동전 75만 개가 사용됐다는 겁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은행과 재래시장 등을 돌며 10원짜리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동전을 빨리 모으기 위해 이른바 '수집책'을 동원했으며 구해오는 동전 가격에 50%의 웃돈을 얹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만 원어치 동전을 구해오면 만 5천 원을 지급하는 식입니다.
이들은 이렇게 지난 6개월 동안 10원짜리 동전 5천만 개, 금액으로는 5억 원어치를 녹였습니다.
그리고는 구리 괴를 kg당 5천 8백 원 정도를 받고 고물상과 비철금속 처리회사 등에 팔았습니다. 동전을 녹이자 그 자리에서 값이 두 배 넘게 뛴 겁니다.
그 이유는 10원짜리 동전의 소재가치(제조원가)에 있습니다.
옛날 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는 데는 구리 65%와 아연 35%가 사용되는데 꾸준히 구리 값이 뛰면서 10원짜리 동전의 소재가치(원료값)가 액면가치인 10원을 넘어 20원 대 중반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동전을 녹여도 처벌할 근거가 없습니다. 지난 2006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때문에 경찰은 동전을 녹인 일당을 현장에서 적발하고도 정작 화폐 훼손이 아닌, 폐기물을 무단으로 처리한 혐의로 이들을 형사입건했습니다.
한국은행은 10원짜리의 소재가치가 화폐의 액면가치를 넘어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아연에 구리 도금을 한 새로운 10원짜리 동전을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시중에는 60억 개, 금액으로 6백억 원어치의 구 10원짜리 주화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제2, 제3의 모방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돈을 함부로 훼손하는 것도 문제지만 나라 경제의 근간인 화폐를 훼손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