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가물'에 대한 보도는 늘 조심스럽고 또 반향이 걱정됩니다.
자칫하면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는 없고, 또 아무런 개선 효과가 없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유해물질을 식품에 첨가한 업체가 있다"고 기사가 나간다면, 그 업체는 나쁜 놈, 이를 먹은 소비자가 일단 피해자가 되겠습니다만, 유해물질이라는 건 대개 확실한 유해물질이라고 판명나기보다는 유해성 입증이 불충분하게 돼 논란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를 식품에 첨가했다 하더라도 논란이 있을 뿐 법적 문제가 없는 상황이 왕왕 있으며, 이에 따라 대개 소비자의 피해도 '찜찜하다' '불안하다'외에는 분명치 않기 때문입니다.
즉, 소비자도 피해자, 업체도 피해자가 되지만, 가해자는 불분명하고, 논란일 뿐이기 때문에 관련 제도나 법 규정 개선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기사는 과연 뭘 위한 것이었을까 싶은 게 많습니다.
# 과거 여러 차례 첨가물 관련 기사를 쓰거나 다른 기자의 기사를 보면서 느꼈던 이런 부분을 이번 '임산부 철분제에 타르색소'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하면서도 떠올렸습니다.
이번 기사에 나온 내용을 보면, 소비자의 피해는 불분명합니다.
타르색소가 사용된 철분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태아에게, 임산부에게 어떤 피해가 오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소화장애, 천식, 각종 알러지, 발암 가능성 등이 제기돼왔다는 것, 안전성 논란이 계속돼 왔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 것이고 찜찜하고 불안할 겁니다. 그런 불안감이 피해라면 큰 피해겠지요.
제약업체의 경우엔 철분제에 타르색소를 첨가해 제조했는데, 이런 제조행위가 현행 법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식용으로 금지된 색소로 썼다고 해도 의약품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니까요.
유수의 제약업체들이 상당수의 철분제에 타르색소를 썼던 것도 불법이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업체의 특정제품을 노출시킬 경우, 타르색소를 무분별하게 쓰고 있는 부도덕한 업체로 매도당할 우려가 있어서 업체와 철분제 명은 밝히지 않았습니다.(이 부분은 포장지나 사용설명서를 보면 타르색소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니 소비자 판단에 맡겼습니다. 타르색소를 쓰지 않는 철분제도 많이 있습니다.)
다만, 보건소를 통해 임산부에게 제공된 철분제 내역을 보니, 타르색소가 사용되지 않은 철분제는 극히 적었습니다. 작년에 서울시내 보건소에서 임산부에게 무상 제공한 18만 6251통 중에 일양약품의 헤모콤(액상) 7천 153통에만 타르색소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96.2%에서는 사용됐습니다.
제가 인용한 자료는 서울시에만 국한된 자료인데 아마 전국으로 넓혀봐도 유사하겠지요.
# 다른 나라 상황은 달랐습니다.
미국 FDA와 일본 후생성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의약품 사용이 허용된 타르색소가 7개, 그중에서 내복용이 허용된 건 4개입니다.(적색 201호, 202호, 227호, 228호) 일일허용량은 5mg 이하부터, 0.75mg 이하까지 각각 다릅니다.
나머지 3개는 외용 타르색소입니다.(녹색 204호, 등색 201호, D&C Red No.39) 일일 허용량은 완제품 무게의 0.01-0.1%입니다.
일본에서는 의약품 내복용 타르색소를 적색 2호, 3호, 102호, 104호, 105호, 106호, 황색 4호, 5호, 녹색 3호, 청색 1호,2호로 정해놓고, 허용한계는 완제품 무게의 0.1%까지로 정했습니다.
각각 자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서 국내 의약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만, 중요한 건 미국은 197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이런 규정을 만들어왔고, 일본도 2000년대 들어 이런 조항을 정비해왔지만, 한국은 2010년 현재까지도 규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 저는 임산부 철분제에 초점 맞춰서 기사를 썼습니다만, 사실 의약품 전반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식약청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련 규정 정비가 조속히 이뤄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