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33인. 69일만의 구출. 지구촌이 오랜만에 따뜻했습니다. 영화같은 기적 앞에서 모두가 감동했습니다. 정신력과 우정, 만물의 영장 인간만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른세명의 매몰광부 가운데 마지막으로 지상에 올라온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
69일간의 사투끝에 돌아온 주인공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했습니다.
[우르수아/ 마지막 구조자·작업반장 : 우리는 강한 정신력과 용기로 버텼고, 생명과 가족 을 위해 싸웠습니다.이는 위대한 일이었습니다.]
한명씩 캡슐을 통해 끌어올리는 구조작업은 시작된지 22시간 36분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지하갱도에서 작업을 진행한 구조대원들은 마지막 광부를 올려보낸뒤 '임무완료'라고 적힌 큰 천을 펼쳐들고 자축했습니다.
구조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현장에 모여있던 대통령과 구조대원들은 칠레 국가를 합창했습니다.
[순수한 칠레, 그것은 그대의 푸른 하늘이라 맑은 실바람은 그대의 옆에서도 흐르네]
감격적인 드라마가 완성되는 순간 칠레는 물론 중계를 지켜보던 전세계인들도 열광했습니다.
생중계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마리아/구조광부 가족 : 감동적입니다. 모두 구출돼 자유를 되찾아 정말 행복합니다.우리 모두 다시 태어났습니다.]
지난 8월 5일,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
약한 지반이 연쇄적으로 붕괴되며 갱도가 막혀 버렸을 때 지하에 작업중이던 광부는 모두 33명.
지반이 내려앉고 낙석이 떨어지는 갱도를 따라 지하 622미터에 있는 대피소로 간신히 몸을 피했습니다.
섭씨 30도나 되는 칠흙같은 땅속에서 이들의 사투는 시작됐습니다.
식수는 우물을 파서 확보했지만 식량은 서른세명의 하루치뿐.
연명에 필요한 만큼만 나눠 먹으며 허기를 견뎌야 했습니다.
막막한 시간은 카드게임이나 운동으로 보내고 엄습해오는 불안감은 기도를 하며 달랬습니다.
[세풀베다/두 번째 구조광부 : 나는 (지하에서) 신과 악마와 함께 있었습니다. 결국 신이 도와주었고 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버티기를 17일 째, 구조대가 지하 7백미터까지 밀어 넣은 탐지장치를 통해 광부들의 생존을 확인하게 됩니다.
모두 무사하다는 내용의 쪽지가 지상으로 올라온 것입니다.
[피녜라/칠레대통령 : 33명 모두 대피소에 무사히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상과 관을 연결해 음식과 약품 등을 공급받게 되면서 광부들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되찾게 됩니다.
통신장비가 들어가 전화통화도 이뤄졌습니다.
[구조대 : 다들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광부들 : 약간 숨이 막히기는 하지만 우리는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편지와 전화통화가 큰 위안을 줬습니다.
[아빠! (안녕 우리 딸) 아빠 많이 사랑해요.]
매몰 19일째엔 카메라를 통해 건강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칠레여, 광부들이여, 영원하라]
매몰 25일째, 드디어 구조를 위한 첫 굴착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매몰 두달여 만인 지난 주말, 당초 예상보다 두 달이나 앞당겨 구조캡슐을 내려보낼 통로가 뚫렸고 드디어 전원구조라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칠레는 지난 2월 5백명이 넘게 숨지는 강진 피해를 극복한데 이어 이번엔 위기관리능력을 세계에 과시했습니다.
[피녜라/칠레 대통령 : 칠레는 전보다 더 강해지고 단합됐으며 이제 전 세계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구조된 광부마다 화제를 낳고 있는 가운데 기적의 생환 드라마는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깊은 감동을 안겼습니다.
[오바마/미국 대통령 :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줬고 칠레국민을 단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갈등과 분열로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에 희망과 인간애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