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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사전의 종말? 사전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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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국어사전 한권쯤 갖고 계시죠? 그 사전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기억나시나요? 아마 먼지 쌓인 채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을 겁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일 겁니다. 저도 똑같습니다. 저도 기사를 쓸 때 사전 대신 인터넷 사전을 검색합니다. 취재중 만난 중학생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집에 국어사전이 있기는 하지만 두꺼워서 찾기 힘들고 인터넷을 치면 바로 나온다"고..이미 종이 vs 디지털, 승부는 가려진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전을 찾지 않고 그래서 팔리지 않게 되면서 출판사 사정이 어려워졌습니다.인터넷과 전자사전에 밀려 지난 5년새 국어사전 관련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회사는 사전을 만드는 직원들을 내보냅니다. 두산동아와 금성출판사는 올 봄 사전 편찬팀을 해체했습니다.

사전을 만드는 출판사 중 유일하게 민중서림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국어사전 편찬 담당자는 이제 3명뿐, 팀은 유지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사전 개정판을 언제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중서림 배효선 대표는 "수십년간 사전을 만들어 왔지만 이제 사전을 편찬한다는 게 겁이 난다" "사전으로 먹고 살았고 사명감도 있지만 국어 대사전이 1년에 5백권 남짓 팔리는데 그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개정판을 만들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종이사전이 사라진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어? 라고 사람들은 묻습니다. 저도 궁금했구요. 인터넷이나 전자사전을 잘 살려 나가면 그만이지 굳이 종이사전을 만들어야 하냐는 겁니다.

국립국어원은 신조어에 대응하기에는 종이사전은 너무 느리다며 종이사전 편찬 사업을 접었습니다. 대신 2012년까지 100만 어휘를 정리해 인터넷에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나중엔 위키피디아처럼 누구나 수정을 할 수도 있답니다. 다만, 요새 위키피디아도 위기(?)를 맞고 있어 고민하고 있긴 하지만...굼뜬 종이사전을 생각한다면 큰 흐름은 돌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전을 고민해 온 분들이 들려준 또다른 주제는 매체가 아닌 '알맹이' 입니다.

연세대 김하수 교수(국어국문학과)가 들려준 사례입니다. 전공자들은 다 아는 얘기겠지만 예를 들어 '컵라면'이란 단어를 떠올려 보세요. 이 단어가 보통명사면 누구나 상표명으로 쓸 수 있지만 고유명사라면 특정 회사가 독점해 사용해 한다는 겁니다. 짚차(jeep)도 마찬가지이구요. 사전이 유난을 떨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누군가 편을 들어주는 기능도 한다는 겁니다. 사전이 이때부터는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겁니다.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개'를 사전에서 찾아보세요.

①갯과의 포유류. 가축으로 사람을 잘 따르고 영리하다. 일반적으로 늑대 따위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네이버 사전)

②개(犬)는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이 동물은 집을 지키거나 고기를 얻기 위하여 가축으로 많이 기른다...(다음 사전)

③사람을 잘 따라서 귀염을 받고 냄새를 잘 맡고 귀가 매우 밝아 도둑을 쫓거나 사냥을 돕는 집짐승...(연세대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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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어인데 풀이는 제각각 다르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풀이가 이해하기  쉽나요? 어느 쪽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세요? (참, 네이버와 다음은 자신이 직접 생산한 내용이 아닙니다. 종이사전 업체와 제휴를 맺어 기존 콘텐츠를 디지털화한 겁니다.)

어휘를 정리하는 기관에 따라 이렇게 차이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야 말로 콘텐츠 경쟁이며 우리말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더 많은 기관이 사전을 제작하는데 참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종이사전이든 디지털사전이든 매체는 그 다음 문제이고 우선 내용을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전용 어휘를 연구하는 기관은 이제 국립국어원, 연세대, 고려대 이렇게 3곳만 남았습니다. 출판사를 포함해 좀더 많은 기관이 참여해 우리말이 더 풍성하게 만들어지길 기원해 봅니다. 시장 기능에만 맡겨 두기에는 사전은 너무 소중하다는 걸 이번 취재를 통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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