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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에서 그랜저 만큼…서민과 검찰의 관점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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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 택시를 이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골목길 안쪽까지 들어가길 부탁드리면 미안해서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날도 5백 원의 거스름돈을 "그냥 두시지요"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택시 기사님이 정색을 하면서 "저는 미터기 요금대로 손님을 모셔드리기로 했는데 더 받으면 되나요. 거스름돈을 받아가시죠"라며 5백 원짜리 동전을 돌려주시더군요. 그 5백 원짜리 동전이 손 안에서 참 따뜻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장 검사 한 명이 후배 검사에게 친구의 사건을 '잘 봐달라' 부탁한 뒤 나중에 그 친구에게 그랜저 승용차 값을 대납시킨데 대해 검찰은 '무혐의', 즉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담당 검찰 간부에게 '저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라고 따졌습니다. 그 간부는 '기자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고 대답하더군요.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 감사에 거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이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청탁이 있었고, 차 값 대납이 있었으며 설사 갚았더라도 관련 고발이 들어온 뒤에 이뤄진 것인 만큼 뇌물의 혐의가 농후하다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거의 모든 신문이 사설을 통해 납득할 수 없는 사건 처리라며 다시 한번 사법처리 여부를 판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사실상 거의 전국민이 이번 검찰의 처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요지부동입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이 모든 관련 사항들을 철저히 수사했고 면밀히 검토한 뒤 엄정하게 결정한 사안인 만큼 새로운 단서가 나타나지 않는 한 재수사는 있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저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진심으로 걱정이 됐습니다. 이 나라의 법과 질서를 수호하고 있다는 검찰의 자부심이 지나쳐 혹시 오만함으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우선, 검찰은 아니 검찰 수뇌부는 오류의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은 신이 아닌지라 실수를 할 수도,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내 식구를 수사하다보면 그 사정을, 심정을, 처지를 너무 뻔히 알다보니 자칫 기준이 물러질 수도 있고 중요한 잘못을 별 거 아니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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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국민이 납득되지 않는 결과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 혹시 잘못 판단한 것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나서야 마땅합니다. 모든 국회의원들이 '재수사'를 요구하며 심지어 여당의 원내대표까지 '특검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데도 고개만 가로젓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어찌 생각할까요.

또 검사는 어느 누구보다 도덕적 우위에 서있고 따라서 모든 행위가 진실성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어느 한 검찰 간부는 '전력에 문제가 있는 제보자의 말을 믿느냐, 검사의 말을 믿느냐'고 따지더군요. 물론 일반적인 경우라면 검사의 말에 더 무게가 실리겠죠.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한 검사가 검사로서 했으리라고 믿기지 않는 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에 대한 검찰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비판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적어도 지금 이 문제에 관한한 무조건 검사가 한 말이라고 덮어놓고 믿을 수 없는 것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검찰은 절대 비판 받아서 안될 성역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절대 피해야 할 금물입니다. 검찰이 하는 일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권한을 부여했고 따라서 누군가는 그 권력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주의 깊에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아니 잘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만 들어도 문제를 제기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 만큼 검찰의 역할이 크고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검찰은 모든 비판과 문제제기에 열린 귀와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해야 합니다.

검찰이 5백 원도 어려워하는 서민의 눈높이까지 허리를 낮추면 그랜저 밑의 세상이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관점이 이해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수사 청탁인으로부터 그랜저를 받아도 별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들이 나올 것이고 그런 검찰에 우리 법질서 수호를 맡긴 국민들은 불안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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